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27) 버자이너 다이얼로그 ⑨ 옷 속에서 길을 잃다 공숙영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학교에는 이슬람 문화권으로부터 온 친구들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들과 직접 부르카 금지에 관해 토론했으면 좋았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기회는 가지지 못 했습니다. 게다가 인권법 전공자 중에 무슬림이 없었기 때문에 네덜란드인 교수님과 함께 부르카 착용에 관해 토론했던 그 수업시간에 정작 무슬림, 특히 당사자인 무슬림 여성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과에는 히잡을 쓰고 다닌 친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들만의 리그 우연히 학교에서 무슬림 남성들이 모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빈 ..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26) 버자이너 다이얼로그 ⑧ 이제 다시 코스타리카의 학교 친구들이 하는 공연으로 돌아갑니다. 아직 연극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무대 위에 서 있는 친구는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환하던 조명이 거의 꺼지고 그녀의 머리 위로 단지 작은 별 하나 정도의 불빛만이 아스라합니다. 어두워서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장승처럼 침묵 속에 가만히 서 있는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긴 옷을 입고 있습니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기고 얼굴마저 가리고 있어서 그녀가 누구인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 애니메이션 중. 차도르를 입은 여자 어른들과 히잡을 쓴 소녀 마르잔. 그녀가 입은 저 치렁치렁한 옷의 이름은 ‘부르카'입니다. 부르카 아래서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