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국가의 민낯을 고발하는 ‘밀양아리랑’ 가 기록한 진실 올해 1월과 2월,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고 있는 밀양주민들의 구술기록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밀양에 세 차례 방문했다.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열다섯 명의 기록자들은 열일곱 명의 밀양주민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며, 밀양 송전탑 반대싸움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오월의 봄, 2014)이다. 보라, 한국전력이 무엇을 빼앗으려 하는지 ▲ (오월의 봄, 2014) 기록자들이 주목했던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삶’이었다. 송전탑 싸움이 밀양주민들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열일곱 주민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먼저, ‘땅’이 가..
밀양의 할매들, 나무를 껴안고 별이 되다 밀양 할매들의 구술사 프로젝트 팀 참여자들이 최종 마무리한 글들을 읽고 있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공책에 꾹꾹 눌러 베껴 쓰지 않고서는 울컥 넘어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막을 수 없게 만드는 구절들과 마주치곤 했다. 베껴 쓰고는 몇 겹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그 위에 세 개 네 개 별을 그리게 만드는 구절들. “우째겠노, 또 해 봐야제. 내 가는 거 뭐 겁나노? 가면 되지.” 가령 상동면 도곡리를 지키는 88세 조계순 할매가 전하는 이 ‘목숨 내건’ 투쟁의 말은 참으로 가슴에 사무치고 참으로 고요해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조계순 할머니의 구술은 유해정이 기록했다.) ▲ 밀양 할매들의 생애 구술사를 담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 노순택 작가 제공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