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둘, 하나, 그리고 제주 바다 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편지자 주 처음에는 나 혼자였다. 제주도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자신이 중국인이라며 ‘만장굴’이 어디냐고 묻는다.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그녀는 걱정이 많다. 어떤 버스를 타고 요금을 얼마나 내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숙소에서 알려줬다며 '만장굴'과 '섭지코지' 행선지가 쓰인 종잇조각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단지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긴 했는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딱히 갈 데 없이 앉아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버스에 올라탔을 때 나도..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17. 남아프리카 공화국⑤ 케이프타운 애비(Abby)와 장(Jang)은 대학에서 만난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만 서른되던 해 여름 함께떠나, 해를 따라 서쪽으로 움직인 후 서른둘의 여름에 돌아왔습니다. 그중 100일을 보낸 아프리카에서 만난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나누려합니다. www.ildaro.com] ▲ 롱스트릿의 이색적인 카페 © Abby 케이프타운(Cape Town)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미리 예약해 둔 숙소까지 20여 분을 걷는 동안, 조벅에서 느껴지던 기이한 살기나 음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턱을 약간 내린 채 눈만 들어 외국인을 지켜보던 시선의 올무가 이곳에선 현저하게 헐거워졌기 때문이다. 그 간 보지 못한 백인들이 모두 이 도시에 쏟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