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조이여울의 기록(4) 살인피해자 가족의 죄의식, 그 사회적 의미 우리는 살인, 성폭력과 같은 강력 범죄를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면서 살고 있다. 범행의 양상이 끔찍할수록, 피해자의 규모나 피해의 정도가 클수록 사회여론이 들썩인다. 그런데 나는 범죄 사건을 접하는 대중의 여론이 상당히 소모적이라는, 그래서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성폭력,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며 가해자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그 반응은 기껏 하루 이틀 후면 관심에서 밀려날 정도의 중요성밖에 지니지 않고 있다. 바로 이 가벼움 때문에, 나는 범죄 사건이 마치 사람들로부터 ‘열 받는다’ ‘충격적이다’ ‘화난다’ 하는 감정을 집단적으로..
도처에 감시의 눈이 있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거나 공원에서 쉬는 동안에도,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동안에도 CCTV는 쉬지 않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카메라의 감시대상이다. 항상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안심이 된다기보다 오히려 불편하고 불쾌하다. 안전을 감시시스템에 맡기는 사회 몇 년 전 아파트 동 대표를 할 당시, 엘리베이터에 CCTV를 설치하자는 안건이 올라왔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어린이나 여성이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 이유였다. 이 안건에 반대한 동 대표는 단 한 사람이었는데, 그 이유는 ‘사생활 침해’라는 것이었다. 나도 그 의견에 공감했지만, 어린이와 여성의 안전이 염려스러워 감히 반대하지는 못했다. 안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