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3월은 완연한 봄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www.ildaro.com 브르타뉴는 3월에 들어서면 완연한 봄이다. 여전히 자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밤에는 선뜩선뜩 한기를 느끼게 해도, 지천으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삐네 호숫가와 게리내 산책로는 물론, 동네 공터와 들판에는 낮게 땅에 웅크리고 있던 들꽃들이 분주하게 고개를 내민다. 그 중 민들레나 제비꽃은 익히 자주 보아온 터라 크게 놀라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른 봄에 볼 수 있는 ‘봄까치’를 발견했을 때는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깊숙이 숙여 쓰다듬기까지 했다. 한국에 있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매화나무 있는 밭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1월 한 달 놀고 2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 K. 그 일이라는 게 밭작물을 키우는 것이어서 3월 중순까지는 그런대로 한갓졌는데, 그 이후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는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인 나와는 반대여서 밤에 오히려 생생해지고 기운 나는 사람이, 요즘은 저녁을 먹고 나면 영 맥을 못 춘다. 방금 전에 엎드려서 책을 펼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속에 얼굴을 묻고 졸기 일쑤. 내 예상을 비껴간 K의 결정 그런 K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흐뭇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애당초 시골생활에 큰 뜻이 없던 그가, 심지어 텃밭 수준의 농사도 한 발자국 뒤에서 관망하며 내가 해달라는 것만 하던 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