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순환 속에서,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벽에는 이미 내년 달력을 걸어두었다. 책상 위 새 달력은 벌써부터 약속과 계획으로 어지럽다. 내 마음과 나의 삶은 시간을 앞서 한참 달려나가 있는 듯하다. 12월의 주요 일정을 앞서 마무리해서일까? 일터도 휴가에 들어갔고, 월말 결산도 끝냈고, 우리 집 연말행사도 미리 치렀다. 왜 연말과 연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나? 언젠가부터 연말마다 우리 집에서는 한해 10대 뉴스 뽑기를 행사처럼 하고 있다. TV의 연말 10대 뉴스를 보다 떠올린 것인데, 가족 개개인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우리 집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보고, 가장 중요하다 싶은 일 10가지를 추려낸 후 순서를 매겨보는 것으로, 재미나다. 해에 따라 다른 테마가 덧붙여지..
생명체로서 자연의 시간을 체험하며 봄맞이 물청소를 했다. 겨우내 흙투성이로 더러웠던 베란다 바닥을 물로 닦아내니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지난 겨울 실내에 갇혀 추위를 피하던 화초들을 모두 내놓은 지도 벌써 보름. 개나리가 노오랗게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달 20일경이었던 것 같다. 일교차가 심해서인지 선인장은 다소 파리한 빛을 띠고 있었지만, 은행나무, 단풍나무도, 철쭉과 백화등도 연하고 보드라운 새 잎을 가만히 내밀고 있다. 그래서 4월을 ‘맑은 잎새의 달’이라고 하나 보다. ‘내 시간은 봄에 맞춰 있다’ 열어둔 창을 통해 보니 봄은 봄이다. 만발한 노란 개나리, 만개하기 시작한 연분홍의 벚꽃, 그리고 터지기 직전인 하얀 목련꽃, 봄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3월 중순경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