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지역에 남긴 상처들 2. 살아있는 근현대사 교과서 에 “박혜령의 숲에서 보낸 편지”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경북 영덕 한 산골마을로 귀농하여 농사짓고 살아가는 박혜령씨가 ‘대자연 속 일부분의 눈’으로 세상을 향해 건네는 작은 이야기입니다. 개발과 성장, 물질과 성공을 쫓아 내달려가는 한국사회에 ‘보다 나은 길이 있다’며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편지”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www.ildaro.com 청산되지 않은 아픈 역사는 내 이웃의 삶 속에 살아서 그 아픔이 대물림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정신은 아직도 군부독재 시절의 19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배자들의 논리에 굴복하며 그 아래 엎드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무엇으로 그 상처와 공포를..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내 생에 충분한 두 가지 가르침 붉고 노란 잎들의 향연이 아랫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11월 초 어느 날. 나는 K와 함께 뱀사골을 찾았다. 며칠 전 뱀사골 인근 마을에서 단풍 축제가 열렸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산은 온갖 색깔로 염색한 천을 휘감은 채 우리를 맞았다. 하염없이 눈부신 그 자태 앞에서, 그런데 나는 왜 약간의 쑥스러움을 느꼈던 것일까. 품은 넉넉하고 속정은 깊을지언정 겉으로는 무뚝뚝하기만 한 사람이, 갑자기 고운 옷을 입고 나타나 다정하게 팔짱을 끼는 것 같아서였을까. 18년 전, 내 등을 떠민 욕망 ▲ 뱀사골 길을 걸으며 지리산이 내게 준 가르침을 떠올려 본다.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과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자야 그러고 보면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