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여섯째 이야기 두유에 잼 바른 식빵, 과일 몇 조각, 그리고 텃밭에서 뽑은 푸성귀를 툭툭 잘라 간장과 식초와 올리브유를 몇 방울 뿌린 샐러드로 아침상을 차리던 시절은 갔다. 요즘 함양의 아침 기온은 5도에서 6도 사이. 잠옷으로 입는 바지 위에 치마를 두르고 두툼한 등산양말과 수면양말을 겹쳐 신고도, 온기가 전혀 없는 마룻바닥을 디딜 때는 나도 모르게 깨금발을 들고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코를 훌쩍이며 뜨거운 미역국이나 김칫국을 후루룩 들이마셔야, 세포들이 비로소 지난밤의 여운을 털어버리고 깨어나는 계절. 바람도 흙도, 심지어는 햇살마저 푸르고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가운데 식물들은 이미 제 몸에 붙어 있던 살들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수확되지 않은 채 하나둘 ..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8) 가 안겨 준 생각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면, 도서관 종합열람실의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어본다. ‘이곳에는 어떤 책이 살고 있나?’하며 책 하나하나에 눈길을 준다. 이렇게 서가에서 직접 책을 살펴보는 일은 인터넷 도서검색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후자는 원하는 책을 손쉽게 찾도록 도와주지만, 전자는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미처 알지 못해 읽지 못했지만, 눈에만 들어오면 반드시 펼쳐들고 싶을 책이 빽빽한 서가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좋은 책과의 우연한 만남,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요즘 나는 일기, 여행기, 서간문 등이 잔뜩 모여 있는 곳을 배회하는 중이다. 마침 (황대권 글그림, 도솔. 2002)라는 책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언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