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두컴컴한 산속 길. 수십 명의 사람들이 머리에는 헤드라이트를 두르고 손에는 전등을 들고서 천왕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살을 에듯이 바람은 날카로웠다. 그 속에 우리 11명의 일행들이 오르고 있었다. 헉헉대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오르막의 산길은 힘들었다. ‘앞이 보였다면 조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마음을 위로하며 천천히 올랐다. 푸르스름한 새벽기운이 느껴질 때쯤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정말 내가 종주를 했구나 하는 기특함으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잘했다. 야리’.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종주의 기쁨이 큰 만큼 아쉬운 하산 길 천왕봉에서 선명하고 맑은 일출은 보지 못했다. 날이 훤하게 밝아오자 우리는 하산을 결정했다. 배낭을 챙겨 매는데 ‘천왕봉’이라고..
가을 지리산 종주 이야기 천왕봉으로 가기 위해 첫날밤을 치렀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더부룩한 속을 탄수화물로 채웠건만 끝끝내 햇발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스름한 하늘이 몇 줄기 햇빛으로 찬란하게 갈라지는 풍경은 볼 수 있었다. 예상보다 몸이 가벼웠다. 다리는 땡땡하지 않았고 사뿐사뿐 걸을 수 있는 몸이었다. 단 배낭의 무게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첫날 화엄사 계곡을 오르던 것에 비해선 분명 길은 수월했다. 들판을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새빨간 단풍잎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는 그녀들 둘째날 코스는 노고단에서 돼지령, 임걸령 샘터, 반야봉, 노루목,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총각샘,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