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죽음연습 (1) 도시의 공동묘지에서 보낸 오후 에 ‘도서관 나들이’, ‘철학하는 일상’을 연재한 이경신님의 새 연재 ‘죽음연습’이 시작됩니다. 현재 이경신님은 의료화된 사회 속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를 탐색하고 있는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과 관련한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소소한 일상의 행복감으로 충만한 날의 오후, 난 친구와 함께 근처 묘지를 찾았다. -이경신 그릇을 싸게 사기 위해 엠마우스에 간 날이었다. 슈퍼의 싸구려 새 그릇보다도, 벼룩시장의 낡은 그릇보다도 더 싼 값에 필요한 식기를 구할 수 있어 소소한 일상의 행복감으로 충만한 날의 오후였다. 그 날 오후, 난 친구와 함께 근처 묘지를 찾았다. 묘지는 대규모 상가들과 더..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52) 죽음에 대한 사색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던 중, 암이 폐로 전이되었다는 40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자신의 몸을 고통스러운 임상시험의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처절하게 죽음과 싸우고 있다 했다.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생명체의 자연스런 본능이니, 이 여성의 태도가 특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이 여성이 좋은 죽음,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의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 죽을 순 없다 물론, 이 여성의 사례가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익숙한 현실이다. 한 의사의 고백을 들어보자. “현실을 용감하게 직시하고 신체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황폐화시킬 일체의 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