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는 해체되고 있는 걸까? 성별에 관한 페미니즘의 역설 ※ 세상을 바라보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싣는 ‘젠더 프리즘’ 칼럼입니다. 필자 소개: 혜원. 싸우는 여자, 비혼, 페미니스트, 아직은 한국. 페미니스트 저널 1. 여성혐오에 뿌리를 둔 사건들을 접하며 말을 잃어버린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고작 말 따위에 담기엔 버거운 감정들이 몸속에 쌓여갔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제법 확신에 차 선동적인 단문들을 쓰고 나르던 얼마 전의 나와는 사뭇 달랐다. 말과 글 따위로 섣불리 잡아두기에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너무나 크고 무거웠고, 이를 둘러싼 우리의 감정들은 몹시 습하고 먹먹하였다. 알림창에 빠르게 밀려드는 죽음의 소식들이 남긴 생채기들이 쉬이 낫질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
난 가부장제를 하나씩 보이콧할 거야 릴레이 서평③ Y에게 ※ 알리스 슈바르처의 저서 출간 기념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릴레이 서평을 연재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여자는 무엇이고 남자는 무엇이야? “어머, 너 멀리서는 못 알아보겠다. 남자 같아. 진짜 남자 같아.” Y야. 얼마 전 너를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야. 아마 네가 ‘진짜 남자같다’고 말한 것은 최근 짧게 다듬은 내 머리, 화장하지 않은 얼굴, 카키색 티셔츠, 운동화, 청바지, 배낭. 이런 것이겠지. 나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고 스스로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15년 지기인 네가 그걸 모르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남자 같다며 새삼스레 놀라워한 것은, 여성과 남성에게 정해진 옷차림과 외모 규범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고, 내가 그것을 따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