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나 ‘조안’ 말고, 성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현재진행형 트라우마 치유기 를 읽고 한국 독자들은 책 를 읽으며 저자의 약물중독과 자기 학대 이야기에 흠칫 놀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보고 들어온,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유혹에 굴하지 않고 주님과 공동체의 도움으로 성공했다는 ‘자랑스런 미국 교포’들의 서사와는 다르다. 이 책을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살아남은 몸’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으면 좋겠다. 작가 ‘성’이 쓴 에세이집 (미디어일다, 2020) ‘트라우마, 가족, 중독, 몸에 관한 기록’이라는 부재가 드러내듯이, 가족은 성의 트라우마 경험 속에서 가해자 혹은 목격자로 빈번히 등장하고, 진통제가 필요한 몸은 중독으로 이어졌다. 부모는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불가피한 폭력을 겪고 귀가하는 자녀의 치..
미국 교포 서사와는 다른, 이방인 ‘성’의 에세이현재진행형 트라우마 치유기 를 읽고 애인과 둘이 식당에 가면 나는 엉뚱한 곳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본다. 대개는 나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고 그에게 의사를 묻는다. 젊은 외국인 여성인 내가 독일어로 주문을 할 리 없다는 듯이. 계산을 할 때도 당연히 그가 지불할 것을 기대하는 모양새이다. 나는 그들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주문하고 지불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심지어 더치페이를 할 때도 그에게 미리 돈을 건네받아 함께 낸다. 내가 지갑을 펼치면, 그를 향해 45도 각도로 몸을 돌리고 있던 사람은 아, 하고 미세한 탄성을 내며 내 쪽으로 자세를 고친다. 나는 왜 이런 ‘불필요한 디테일’에 신경 쓰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