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이 아니야 순결한 피해자는 없다 ※ 춘천에서 인문학카페36.5º를 운영하는 홍승은 씨가 기존의 관념과 사소한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질문교차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Feminist Journal ILDA 헤어지던 날, 데이트 성폭력을 당하다 “나 정말 힘들었어. 지금도 힘들어. 잠도 잘 못자고 그 순간이 자꾸 떠올라. 나는 성폭행 당한거야. 그러니까 제발 내 앞에서 걔에 대해서 좋게 얘기하지 말아줘.” 몇 년 전, 후배에게 울면서 했던 말이다. 내 말을 들은 후배는 “언니가 그렇게까지 힘든지 몰랐어요. 미안해요” 라며 그 뒤로 내 앞에서 ‘그’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만났던 그와 나는 2년 조금 넘는 시간을 사귀면서, 50번은 넘게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 그를 만날 때 내..
고슴도치를 품은 건 누구일까 페미니스트 딸과 아빠의 대화 ※ 춘천에서 인문학카페36.5º를 운영하는 홍승은 씨가 기존의 관념과 사소한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질문교차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Feminist Journal ILDA 며칠 전 아빠가 카페에 왔다. 거의 6개월 만에 보는 얼굴. 서로 춘천에 있으면서도 아빠와 나는 잘 만나지 않는다. 아빠도 어색한지 나를 보며 머쓱하게 웃었다. 6개월 전, 내가 겪었던 성폭력과 낙태, 동거 경험을 글로 썼을 때, 아빠는 창피하게 왜 그런 글을 올리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그 이후로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메시지도 차단해서 한동안 아빠와 소통할 수 없었다. 나를 보며 웃던 아빠는 이내 볼멘소리로 말을 건넸다. “너는 왜 자꾸 아빠 나쁜 점만 글 쓰냐? 내가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