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사전시관 2010 소장유물전 '서울로 간 순이'展 회색 빛 하늘 아래 서울 대방동에 말끔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여성플라자 건물이다. 따뜻한 공기 속에 락스 냄새가 나는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 전시장 입구를 찾았다. 왠지 착한 느낌의 그림과 함께 “서울로 간 순이”展이라는 기획전의 제목 역시 착하게 보인다. 그렇게 첫인상 착한 순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 좁은 통로를 지나면, 순이의 그림일기를 공유한 것처럼 순이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생긴다. 순이가 고향에 두고 온 동생에게 쓴 편지까지 읽고 나면, 다이어리든 수첩이든 무엇이든지 꺼내 순이의 어린 시절과 조우한 기념으로 도장을 쾅 쾅 찍고 싶어진다. 1960년대에 사회에 진출한 순이의 사연은 내 또래 친구들에게는 할머니 세대의 먼 이야기이지만..
‘윤춘신의 생활문학’ (12)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랑 사이 좋으니. 뚜렛증후군으로 정신과 진료를 마치고 일어서는 딸에게 의사가 묻는 말이다. 출입문 고리를 잡고 있는 딸의 등을 슬며시 밀면서 비열하게 웃었다. 다음에 뵙겠다고 목례를 하면서 의사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딸에게 묻던 말이 귀를 관통하고 심장에 고인다. 혈관을 타고 흐르지 못한 채 고여서 저 혼자 펄떡거렸다. 약국으로 걷는 동안 식은땀이 밴 손으로 딸의 손을 잡는다. 답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