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딸년들!”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43) 친할머니 이야기 부모님을 뵈러 갈 때마다 나는 두 분이 좋아할 만한 주전부리를 챙긴다. 그러면서 함께 살고 계신 친할머니를 위한 간식거리도 잊지 않는다. 아니, 어머니나 아버지 것은 잊어도, 할머니께 드릴 걸 잊는 법은 없다. 이번에도 부모님 댁을 방문하기에 앞서, ‘뭘 살까’ 고심하며 슈퍼의 진열장 앞을 거닐었다. 특히, 할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고를 때는 더 생각이 많다. 아흔 다섯의 연세를 고려해, 공연히 목에라도 걸리면 안되겠다 싶어서 쿠키 류는 일찌감치 제했다. 그리고 카라멜도 이에 너무 달라붙으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사탕이 어떨까? 아주 달콤한 것이 좋겠다. 또 오래 드실 수 있도록 큰 봉지를 사고 싶다. 누가 이런 나를 보면, 할머니를..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 (4) 거다 러너 「왜 여성사인가」 사르트르의 재미있는 사고 실험이 있다. 어느 한 방에 여러 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중의 한 사람을 뽑게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그 사람을 밖에 나가 있게 한다. 이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그 사람을 설명하는 말을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관찰한 것들, 느낀 것들을 종합하면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종합된 그이의 이미지는 실재하는 그와 동일할 것인가. 답은 ‘전혀 동일하지 않다’이다.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된 이후에 다시 그 사람을 방안에 불러 들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 앞에 현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