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의 폐경(閉境)의례 갱년기에 대한 여성 개개인의 인식, 혹은 담론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게 가능해진 이후에 나타난다. ‘개인’으로서의 여성, 즉 여성들의 ‘개별성’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몸이 보여주는 증상을 토대로 생애의 특정 시점을 인지하지 않았다. “갱년기? 난 갱년기가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라. 둘째가 화상을 입어서 내가 매일 병원 드나들 때, 그때가 갱년기였나?”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 세대들은 생애의 특정 시기들을 그때그때 발생한 ‘사건별’로 인지하곤 했다. 쓰시마 유코의 뛰어난 단편「나」에 나오는 어머니는 일기인지 일지인지 확실치 않은 삶의 기록을 남기는데, 평범하고 순탄한 나날에는 단 한두 문장으로 그리고 애간장이 끊어지는..
노라노, 우리의 문제적 그녀 새 연재의 필자 김영옥은 일찍이 시와 소설의 문장들에 매료되어 문예학을 전공, 그러나 현실의 권력 구조를 통찰하지 않는 문장들의 허무함을 깨닫고 여성주의에 입문, 철학은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바꾸는 것이라는 명제를 젠더 관점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오랜 시간 장소와 몸, 미학적 표현에 몰두했고 현재는 심미적 감수성과 현실 개혁의 의제를 통섭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칼럼을 열며: ‘하나이지 않은 지혜들’에 주목하기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이라는 현상에 직면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젊음을 찬양하고 ‘더 이상 젊지 않은’ 노년을 잉여적 존재로 간주한다.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