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애들 이성교제 못하게 해주세요” 성교육 강사가 듣는 말 ※ 세상을 바라보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싣는 ‘젠더 프리즘’ 칼럼입니다. 필자 백목련 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활동가입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십대의 상황과 거리가 먼 어른들의 감수성 “저희 애들 이성교제 못하게 해주세요.” 수화기 너머 들리는 상대방의 말이 당황스럽다면 당신은 성교육 초짜. 십대에게 연애를 금기시한 건 2000년대 이전의 규범이라고 생각했지만, 성교육 의뢰를 받다보면 현재 십대 성문화와 상당히 동떨어진 기성 세대의 불안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물론 몇 년 전에 비해서는 훨씬 연애금지와 관련된 주문이 줄었지만 비슷한 종류로 “애들끼리 스킨십이 너무 진해서 눈 뜨고 보기 힘들어요”가 있다. 십대..
섹스 잘하는 수컷으로 인정받고 싶니?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의 허망함 열아홉 살 때였다. ‘남자다운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나는 세 살 연상의 남성스러운 학군단(학생군사교육단)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는 과묵하고, 듬직하고, 자상했다. 화이트데이였다. (찝찝한 첫 경험 이후 화이트데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모든 기념일이 싫다.) 어쨌든 그는 화이트데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줄 것이 있다며 나를 집으로 유인했다. 알았다. 우리가 섹스하겠구나. 뭘 입고 갈까 고민하다 여성스러운 원피스를 입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집에서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줬다. 버섯을 깨끗하게 씻고 칼로 송송 자르는 그의 손이 아름다웠다. 깨끗하고 계획적이고 책임감 있고 남자다운 그가 요리하는 모습이 이색적이고 신선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