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댄스를 배우러 찾아간 한 스튜디오. 탈의실에 까만 레오타드를 입은 여성들 서너 명이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대에서 30대 중반의 성인여성들이, 낯 모르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탈의실에서 훌쩍거리다니, 뭔가 이상했다. 사정을 잘 아는 듯한 이가 들어오더니 한마디 던진다. “수미선생님 연습 있었구나? 울지마. 괜찮아. 나아질 거야.” 대체 얼마나 무서운 분이길래? 그게 내가 3년 전에 마주한 선생님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춤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그 분야로 진출하려는 이들이 모인 전문인 반에선 말할 것도 없고, 취미 삼아 발레를 배우는 학생이나 직장인, 주부들이 다니는 일반인 수업에서도 선생님의 호된 야단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수업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
‘셀프 퍼포머(Self-performer)’. 생소한 이 용어는 창작, 연출, 출연, 디자인, 제작, 작곡 등 제 영역을 일인 또는 소수가 모두 책임지고 이끌어 간다는 의미로, 김진영씨가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직접 만든 말이라고 한다. 스스로 창안한 ‘셀프 퍼포머’의 의미처럼, 그녀는 현재 ‘보이스 씨어터 몸MOM 소리’의 대표이자 공연자이며 연출가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목소리(Voice)를 통해 삶을 바라보고 자신과 타인을 치유하고자 한다. 소리를 통해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만나다 김진영씨가 자신의 ‘소리’를 예술적 재료로 사용하는 공연자가 된 것은 본래 인생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저는 오랜 기간 동안 불문학을 공부했었어요. 불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고, 학계에서는 나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