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에 내 가게가 있다는 게 좋아 문양효숙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문양효숙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가끔,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시장에 갔다. 무언가를 사고파는 분주한 움직임과 손님을 끌기 위한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 사이를 천천히 걷노라면 펄떡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삶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힘으로 수레바퀴를 굴리는 사람들만이 지닌 강인한 에너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대로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너무 강하고 거칠어 압도될 때도 있지만, 시장의 생기는 펄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삶을 깨우곤 했다. 그런 에너지가 만나고 모여 있는..
“시장, 하면 무엇이 생각나니?” 박채란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푸른북스, 2017)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박채란씨는 동화작가이자 예술단체 의 공동대표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여덟 살 딸아이에게 물어본다.“시장, 하면 어디가 생각나?” 딸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음…. 시장이라고 하면 하나로마트기도 하고 이마트기도 하고 한살림이기도 하지.” 아이의 마음속에 우리가 익히 아는 시장의 이미지는 없다. 오직 마트가 있을 뿐 마흔의 내가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난 시장 하면, 뭐가 떠오르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 보낸 나. 금요일 오전이면 단지 안 관리 사무소 근처에서 열리던 알뜰시장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한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