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다룬 희곡 쓴 극작가 이시하라 넨 극작가 이시하라 넨(石原燃) 씨가 쓴 성폭력 피해생존자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이 작년 12월에 일본에서 상연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던 형제들의 갈등과 망설임, 고발과 서로에 대한 격려를 그린 작품이다. 공연을 보고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에 푹 빠져들었다. ▲ 이시하라 넨(石原燃). 1972년 도쿄 출생. 극작가, 작가. 첫 소설인 로 2020년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름. 취미는 키르기스스탄의 구금(口琴) 연주라고 한다. (촬영: 이시다 이쿠코) 이시하라 넨 작가의 희곡은 시대의 부조리와 젠더 문제를 응시하는 시각이 날카롭다. 전 일본군 ‘위안부’를 회상하는 1인극과,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보도와 관련하여 큰 ..
2022 대선 기획: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⑦ 성과 재생산의 권리 얼마 전, 원치 않는 임신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지음, 동녘)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나는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책의 배경이 된 미국의 상황과 ‘낙태죄’가 폐지된 한국의 상황을 자주 비교했다. 의료전달체계나 건강보험 제도, 문화적·종교적 배경 등의 차이 때문에 미국과 한국을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두 나라가 함께 겪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는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임신중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거나, 임신중지에 대한 정치인의 개인적 입장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반면, 한국의 정치권은 임신중지에 대한 정치적 논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