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5)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매실나무 꽃눈이 쌀알만해졌다. 어쩌면 삼월 초순에 눈발이 날릴지도 몰라. 바람도 불어서 춥기도 할 거야. 매해 그랬으니 너도 알고 있을 거라며 말을 건넸다. 몰캉해진 밭고랑을 밟다가 논두렁에 앉아 담배 한 가치를 빼어 물었다. 층층계단 논바닥 군데군데 거름이 뿌려져 있다. 그 옆. 사과나무 가지마다 유인 추를 다는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추가 모자라는 줄기는 끈으로 묶어 지지대에 동여매고 있..
‘윤춘신의 생활문학’ (4)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위자료는 누가 받을 수 있지] 현관에 놓인 남자의 구두 먼지를 털다가 구두약이 신발장 어디에 있는지 잊었어. 조기비닐을 말끔하게 긁어내고 지느러미가시를 다듬다가 가시에 엄지손가락을 찔렸어. 행주 삶는 양푼 위로 보글거리는 비누 거품이 부르르 흘러 넘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콩나물도 덤을 주는 아주머니를 찾아 재래시장엘 가는 길이 재미없어졌어. 고등어가 싱싱하지 않다면서 아가미까지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