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딸을 만나러 가는 길 (5) 전남편과의 기억 20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과 연애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여전히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그와의 관계가 이혼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 시절 그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내가 그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운동권이라서였다. 나 역시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졸업 후에도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과 연애할 당시는 대학 졸업 직후였는데, 사회진출 모임을 하면서 진로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그를 만난 건 문학운동 단체에서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운동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애국심으로 넘쳐, 나는 그 사람이 내 운동가적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한 이유는 그가 시인이라서였다. 햇볕 잘 드는 카페에서..
[일다] 윤하의 네번째 이야기 며칠 전, 마음에 드는 한 웹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난 망설이지 않고 회원가입을 클릭했다. 그리고 요구하는 문항들에 꼼꼼하게 체크를 해 나가다, 결혼여부를 묻는 질문 앞에서는 늘 그렇듯 뭘 쓸지 잠시 주저했다. 미혼, 기혼, 나는 그것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혼’이기 때문이다. 18년 전, 이혼할 당시 내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난 정말 어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혼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결혼은 했냐’고 질문 받을 때마다 “아직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끔은 “나이도 제법 되는데, 결혼해야죠!”하며 덧붙이는 사람한테는,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요”라고 더 거짓말을 늘어놓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