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9) "만나야 정이 쌓이죠!" 대학 후배인 현정이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정말 최근의 일이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귀국한지 9년이 다가오도록 한 번도 생각나지 않았던 현정이가 몇 달 전 불현듯 떠올랐다. 지난 수첩을 뒤지고, 주변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현정이의 연락처를 물어보았지만, 그녀와 소식이 닿는다는 사람은 찾지 못했다. “갑자기 현정이는 왜?" 궁금해 하며 묻는 친구에게, “응, 보고 싶어서!” 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다 며칠 전 늦은 밤, 우연히 서랍 깊숙이서 그녀의 명함을 발견했다. 현정이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잠을 설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날 흥분된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의 사무실..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6) 지연 선배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다. 볼 일이 있어서 우리 집 근처를 지나는 길에 잠깐 만나자는 선배의 연락을 받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길을 나섰다. 요즘은 서로 바빠서 2,3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지만, 이혼 직후 대학원을 다닐 때는 그녀와 곧잘 어울려 다녔다. 선배는 나보다 꼭 12살이 많았고, 당시 박사논문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을 좋아했다. 그녀는 남편과 중학생인 아들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나이에도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내가 이혼을 했다는 건 대학원 동료들은 물론, 교수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선배는 달랐다. 선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