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만나러 가는 길 (13)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딸을 다시 만난 건 14년만이었다. 그리고 딱 한 번을 더 만났을 뿐이다. 아이를 만난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고,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정리도 채 하지 못하고 있던 바로 그때, 아이는 내게 편지를 보내왔다. 앞으로 나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녀는 이 편지에 ‘엄마는 나를 데려가려고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또 엄마가 아니라면 외갓집에서…….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안 이상 더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지금 가족과 정이 들었고 그들을 더 사랑한다’고 썼다. 또 만약, 자기를 자꾸 데려가려고 한다면, 엄마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엄마는 자기를 포기했지만 지금의 엄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2) 저녁식사를 마쳤을 만한 늦은 저녁이면 우리 동네 사람들은 산책을 많이 한다. 공원이나 하천변을 거니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도 그들 틈에서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어제 저녁, 공원에서는 이웃 주민 두 명을 만났다. 일부러 연락하며 볼 만큼 가깝게 지내는 이들은 아니지만, 길에서 부딪치면 인사를 나누고, 이렇게 산책길에 우연히 만나기라도 하면, 함께 걸으며 사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사이라서 반가웠다. 그러나 흥미로운 화제 거리가 없어,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한 명은 너무 남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태도 때문에 호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다. 유명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