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죽음의 주인공이길 [이경신의 죽음연습] 중환자실에서 죽고 싶지 않은 까닭 의 저자 이경신님은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 일다 www.ildaro.com 병원이 죽음의 장소로 적당한 곳인가?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 길 건너에는 장의사가 있었다. 그곳 문은 거의 항상 굳게 닫혀 있었다. 문 밖에 걸려 있던 짚신에 대한 기억이 어슴푸레 난다. 가끔 열린 문틈으로 낯선 물건들도 보였던 것 같은데…. 모두 장례식에 필요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집에서 마지막을 맞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니까, 장의사가 동네마다 한 곳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 김형숙 (뜨인돌, 201..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8) 죽어가는 자와 함께 하는 지혜 어머니가 죽음의 바다를 헤엄쳐 다닐 때, 어머니를 지켜보는 우리도 어머니와 함께 헤엄쳐 다닌 것이다. 어머니의 바다를. 그리고 어머니는 떠났다. 하지만 나는, 나는 아직도 그 바다를 헤엄쳐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데이비드 리프, 어머니의 죽음, 9장)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도 넘었을 때였다. 난 비로소, 구석 깊숙이 처박아 둔, 어머니의 일기장을 꺼내들 용기가 났다. 아쉽게도 일기는 몇 편 되지도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글씨체는 늘 산뜻해서 아름다웠는데…… 시력이 약해져 어둠을 가르고 쓴 탓인지 맥이 빠진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 속에서 내 이름만큼은 또렷이 구분해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