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함께 살기’에 대한 사색 외국에 터를 잡은 동생이 올 연말까지 이곳에 머물 예정이라며 이 땅을 찾았다. 바다를 사이에 놓고 떨어져 있으니 만나기도 어렵고, 평소 전화도, 인터넷 메일이나 채팅도 잘 하지 않아 서로 연락도 잘 못하고 지내는 편이다. 그나마 한 해 한 번씩 한 달 정도 다니러 오니까, 그때 얼굴도 보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10대 시절에는 가족이라며 함께 어울려 지내던 동생들도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나름의 생활을 꾸리고 있는 만큼, 나는 더 이상 그들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좀더 각별한 친구처럼 생각할 따름이다. 핏줄로 맺어진 사이는 떨어져 있어도 ‘가족’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나의 이런 생각이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가족은 결혼, 혈..
(길찾기, 2008.01)의 작가 전정식은 다섯 살 때 벨기에로 입양됐다. 만화는 해외 입양된 작가의 자전적 삶을 토대로 한다. 노란색 앞표지에는 입양 당시의 서류가, 뒷표지에는 이름과 번호가 함께 박혀있는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이 실려 있다. 만화는 전체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배고픔에 지쳐 서울의 어느 거리를 헤매던 다섯 살 어린 나이의 기억과 고아원에서 벨기에로 입양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이 섬세하게 나열된다. 2부에서는 입양인이라는 정체성 고민, 주변 입양인과의 관계, 친구들의 비극적인 자살, 한국에 대한 이끌림 등이 묘사되어 있다. 생모=‘한국전쟁+가부장제+모성’ 그리고 해외입양 어린 시절의 화자와 마흔 두 살이 된 화자의 목소리는 때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