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쓰는 밤 첫 번째 이야기 ※ ‘줌마네’에서 지난해 9월 이라는 이름의 캠프를 열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그래서 가시화되지 못한 여자들의 일 경험에 이름을 붙이고 당사자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내기 위한 자리였다. 그 1박2일간의 이야기를 참가자였던 오보의 시선으로 담아낸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른 살의 한 여자가 이력서에는 담을 수 없었던, 지난 시간들 속의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력서의 채워지지 않는 빈 칸 이력서를 쓰다보면 어느새 밤이 된다. 이름까지는 딱 적기 좋다. 다음은 생년월일과 나이. 벌써 서른이다. 자격증은? 없고, 경력에 해당되는 건 딱 하나, 나머지는 다 경험들뿐이다. 한 칸 한 칸 다음 항목을 읽어 본다. 가치, 포부, 미래..
글로 먹고사는 행운이 내 것이 아니라해도 영어 과외로 생계를 꾸리며 ※ 2014년 는 20대 여성들이 직접 쓰는 노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지원을 받습니다. [편집자 주] 먹고 살기 위한 일은 사람을 정말 병들게 할까?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현암사, 2014)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서른 살의 백수 ‘다이스케’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일을 하지 않고, 매달 부자인 아버지로부터 생활비를 타 쓰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캥거루족’, 혹은 속된 말로 ‘부모 등 쳐먹고’ 살아가는 ‘밥버러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그가 이렇게 ‘놀고’ 있는 게 딱히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