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의 절망을 알고 싶지 않았다아픈 몸, 무대에 서다⑦ 연극이 끝나고 난 후 ※ 질병을 둘러싼 차별, 낙인, 혐오 속에서 살아가는 ‘아픈 몸들의 목소리’로 만든 시민연극 배우들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자주 울음이 터졌다. 서로의 질병 서사를 이야기할 때, 연습하면서,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리고 공연 때도. 자꾸 울컥하는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크론병을 모른다. 동료 아니(안희제)가 처음 크론병을 말한 날, 나는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창에 크론병을 입력했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 설명을 읽어도 어떤 병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레아(홍수영)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우리의 두려움과 상처는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줄 것이다⑥ 아픈 몸들의 공동체, 기적 -엄마, 아빠가 나를 그 사람에게 팔아넘길 것 같아.-목우야, 망상이야!-두려워. 정말 그렇겠지, 망상이겠지.-응. 그래요. 뭐가 두려워요? 우리가 있잖아요. 삼 년 전의 대화다. 삶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과 가족에 대한 불신, 그런 것들은 종종 망상이 되어 삶에 출몰하곤 했다. 예전에는 혼자서 끙끙 앓고만 있었을 두려움을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얘기했을 때 그녀들은 나를 탓하거나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이라고 분명하게 말해 주며 나를 감싸 안았다. 다른 누구보다 나는 그녀들에게서 속 깊은 다정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망상은 이후 다시 내 삶을 침범하지 않았다. 모임에서 다른 동료의 원고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