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화장실과 분홍 원피스 전북 남원의 대안학교 교사 혜선(상) ※ 비혼(非婚) 여성들의 귀농, 귀촌 이야기를 담은 기획 “이 언니의 귀촌” 기사가 연재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통해 제작됩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 "나의 직업은 대안학교 교사다." 학교 목공 시간에 어설픈 톱질을 하는 모습. © 혜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이다. 서른여섯 살이 되던 해 혼자서 이곳에 왔고 올해로 3년째 살고 있다.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지금 나의 직업은 대안학교 교사다. 학교에서 백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도시에 살다가 귀촌을 해서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면, 읍이나 면 지역의 일자리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더 촘촘하고 깊은 상상력을 위하여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흡사 날카로운 쇳조각 같은 것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듯한 이 소리는, 이른 아침에 듣기엔 확실히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긴긴 밤이 지나고 더디게 아침이 왔는데도 골목길에서 경운기는커녕 작은 인기척 하나 느낄 수 없는 겨울을 막 보내고 난 요 무렵엔, 이 소리가 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이른 시각에 경운기들이 움직인다는 건, 마침내 동네 전체가 방구들에 붙여 놓았던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는 증거니까. 그 기운에 힘입어 나도 활짝 깨어날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맙고 신난다고 할까. 텃밭 농사 밑그림 그리기 ▲ 작년에 콩을 심었던 언덕 위 텃밭 주변 풍경.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멧돼지가 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