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지리산 종주 이야기 천왕봉으로 가기 위해 첫날밤을 치렀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더부룩한 속을 탄수화물로 채웠건만 끝끝내 햇발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스름한 하늘이 몇 줄기 햇빛으로 찬란하게 갈라지는 풍경은 볼 수 있었다. 예상보다 몸이 가벼웠다. 다리는 땡땡하지 않았고 사뿐사뿐 걸을 수 있는 몸이었다. 단 배낭의 무게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첫날 화엄사 계곡을 오르던 것에 비해선 분명 길은 수월했다. 들판을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새빨간 단풍잎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는 그녀들 둘째날 코스는 노고단에서 돼지령, 임걸령 샘터, 반야봉, 노루목,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총각샘,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
지리산을 올랐다. 배낭을 짊어지고 오른 것은 나였지만, 앞에서 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준 것은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함께함을 확인했지만 혼자임을 즐겼던 산행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산을 찾았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산을 내려왔다. 그러나 함께 간 사람들은 저마다 달랐다. 산에게 기대를 하고 뭔가를 버리기 위해 오른 사람이 있었고, 그저 산이 좋아 오른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지리산 종주를 위해 6주간 산행연습을 했고 지리산 종주 이후에도 산악회는 지속되었다. 지리산 종주를 준비하며 도봉산에 오르다 산을 좋아해서 도봉산을 뒷동산 오르듯 하는 ‘지나지산’은 지리산을 1년에 2번은 종주한다 해서 나에게 부러운 존재였다. 언젠가 그녀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