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발견 집의 깊이, 집의 아늑함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 빗소리 듣는 새벽 새벽에 비오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고요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어떤 기척. 레이스 천을 뜨듯, 거미줄이 이어지듯 미세하게 이어지는 소리. 조용히 속삭이고 가만히 간질이며 하늘과 땅 사이에 길고 부드러운 발을 드리듯 새벽비가 온다. 고요한 빗소리가 주는 아늑함. 밤에 지핀 아궁이불이 온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따뜻한 이불 밑에서 새벽 빗소리를 듣는 일은 세상에 대한 깊은 안심, 안도의 기쁨이다. 비오는 날의 집은 마치 오래된 원시의 움막같이 따뜻하고 정겹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나의 가족에게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죽음을 앞둔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12년 만에 가족들을 찾아간다. 루이는 집에서 엄마(나탈리 베이)와 낯선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동생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형 앙투완(뱅상 카셀), 그리고 처음 보는 형수(마리옹 꼬띠야르)를 만난다. 십 수 년 만에 만난 가족들은 그간의 거리감을 메우기라도 하겠다는 듯 루이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책임, 의무, 약속 - 가족의 언어들 두서없이 오가는 대화 속에서 루이는 ‘아들’이자 ‘남동생’이자 ‘오빠’로 머문다. 쉬잔은 떠나버린 루이를 동경하면서도, 루이가 떠난 것은 모두에게 실수였다고 말한다. 엄마는 루이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약속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