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 터를 잡을까? ‘집을 짓자!’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내 안의 모든 여자들이 환호성 치는 소리 백일의 칩거 동안 가슴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먼 곳의 북소리 같기도 하고, 희미한 함성 같기도 한 소리. 여자들이었다. 집 밖에서 울던 아이와 집의 온기(溫氣)가 그리워 남의 집 창 앞을 서성거리던 소녀, 집은 누군가와 함께 짓는 거라고 굳게 믿었던 젊은 여자와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 든 여자와… 내 안의 모든 여자들이 해원 굿을 하듯 함께 환호성을 치며 외치는 게 집이었다. 머리를 풀고 깃발을 날리며 북을 울리고 있었다. 집..
‘삶’이 나를 데려가는 곳으로 집에 이르기까지③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모든 탐험의 끝은 출발한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그리고 비로소 처음으로그 곳을 아는 것 - 엘리어트 깃들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놀랍게도 수십 년을 산, 서울 어디에도 발붙일 땅이 없었다. 가야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아무도 날 모르는 익명의 도시로서 서울을 좋아했지만 바로 그 이유로 해서 돌아갈 데가 없는 곳이 서울이었다. 해마다 오르는 전세 값은 서울의 변두리에서 변두리로 떠돌게 했다. 먼 거리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직장을 다녔다. 언제나 피곤하고 지쳤다. 이웃을 만들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