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육관련 연구모임에 다녀왔다. 내가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채식과 금연을 존중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소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모임이라, 열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일까? 아무튼 잘 알지 못하는 타인들이 서로의 차이-채식과 금연만이 아니라 종교적 차이, 경험의 차이 등-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시간을 들여 먼 거리를 이동해가며 그 모임에 참석하는 동기가 되었다. 우리는 제각기 다른 개인 낯선 사람들의 모임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만남에서조차 흔히 차이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모욕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의 생일을 고기집에서 축하해주는 혈연가족 이야기나, 동성애자에게 끊임없이 결혼상대자를 소개해 주려 애쓰는 친구 이야기..
길게 뻗은 도로가 갈라놓고 있는 A아파트와 B아파트. 부근 초등학교 교실도 이 도로를 경계로 갈라진다. 학생들이 A파, B파로 나뉘어 다니는 것이다. 어떤 부모는 A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에게 “B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같은 이름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큰 평수 아파트 단지와 작은 평수 아파트 단지가 갈라지는 이 길은 그냥 좁다란 길일뿐이지만, 학생들은 이 길을 경계로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놀이터에서도 나뉘어져서 논다. 작은 동네에서조차 상대적인 ‘빈부 차’에 의해 ‘분리’되어 지는 것들. 차별과 편견, 패거리주의로 얼룩진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일다▣ 박김수진 [저널리즘의 새지평일다 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