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 (4) 거다 러너 「왜 여성사인가」 사르트르의 재미있는 사고 실험이 있다. 어느 한 방에 여러 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중의 한 사람을 뽑게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그 사람을 밖에 나가 있게 한다. 이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그 사람을 설명하는 말을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관찰한 것들, 느낀 것들을 종합하면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종합된 그이의 이미지는 실재하는 그와 동일할 것인가. 답은 ‘전혀 동일하지 않다’이다.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된 이후에 다시 그 사람을 방안에 불러 들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 앞에 현현하..
장애여성 몸 이야기⑬ 다름을 이해하기 서 있는 휠체어 장애여성 ▲ 휠체어에 앉아 있는 이미지, 평소 걸을 수 없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가끔씩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당황하곤 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활동가 중에는 중도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여성이 있다. 그녀는 스물세 살 때 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되었다. (척수장애는 주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척수손상을 입어 뇌와 신체 사이에 운동신경이나 감각신경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여 후천적으로 신체적인 기능에 중도장애를 갖게 된 것을 말한다.) 사고이후 몇 년이 지났고, 3년 전부터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출근해 사무실 안에서는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일을 한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