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6) 그해 여름, 취업일기 대학을 졸업한 해, 취직할 공장을 찾아 그늘 한 점 없는 불볕의 공단 거리를 헤맸던 때는 지금처럼 뜨거운 7월 중순 즈음이었다. 당시는 일이 너무 힘에 부쳐 2주 만에 전등공장의 조립 일을 그만 둔 직후였고, 미적거리다간 용기마저 떨어지겠다 싶어서 서둘러 다른 공장에 취직 하려고 애쓰던 때였다. 그래서 찾은 곳이 당시 ‘도트프린터’의 메인보드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작은 전자회사였다. 그 당시, 대학졸업 사실을 숨기고 공장에 취직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내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주소지와 전화번호, 이런 확실한 신분을 드러내는 서류를 보고 내가 위장취업을 하는 운동권일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2..
‘나잇값’ 하고 있습니다 [일다 독자위원 칼럼이 신설되었습니다. 20,30대 여성들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소소한 듯 보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결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색깔의 글로 채워질 것입니다. 독자위원 칼럼은 열흘에 한 번 연재됩니다. -일다 편집자 주] ‘언니들이 돌아왔다.’ 지난달에 개봉한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명품 옷과 가방, 각종 미용시술 그리고 성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입담으로 무장한 이 ‘언니들’은 우리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물질적, 정신적 욕망들을 마음껏 자극한다. 사오년 전에 드라마 에 푹 빠져있던 한 친구는, 나를 만날 때마다 열을 올리며 드라마 이야기를 했었다. 도대체 어떤 드라마이기에 저러나 싶어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첫 번째 시즌을 빌려봤다. 나의 감상소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