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최종회)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 둥지로 들어가는 케찰(중남미에 사는 파랑새), 2008년 5월, 코스타리카 *출처: 위키피디아 새 소리가 들립니다. 날이 밝으면 어김없이 새가 지저귑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는, 소리로만 아는 얼굴 모르는 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냉장고 속 사과를 꺼냅니다. 사과를 들고 침대로 돌아와 다시 누워 사과를 껍질째 씹어 먹습니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살을 다 먹고 남은 것은 손에 쥔 채 눈을 다시 감습니다. 일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눈을 다시 뜹니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살이 벽에 닿습니다. 햇살이 벽 위에 만드는..
[일다]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29) 꽃과 열매의 시간 ▲튀긴 플라타노 요리 *사진출처:위키미디어(wikimedia.org) 겨울이 왔습니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이번 겨울 한반도에 폭설과 한파가 자주 찾아올 거라고 합니다. 추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어 울적해지지 않도록 월동 준비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는 최고 기온 섭씨 20~25도, 최저 기온 섭씨 5~10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이제는 아득해진, 건기가 된 코스타리카의 12월에 비치는 쨍한 햇살을 떠올려 봅니다. 그 햇살 속에 저는 장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얼굴이 타지 않도록 모자를 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 오전인데도 벌써 해가 중천에 뜬 듯 이글거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