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일곱째 이야기 지난 봄이던가. 꽃샘추위가 한창인 어느 날 아침, 한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해서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야, 너 지리산 어디 산다고 했지? 어제 티비에 지리산 나오던데. 와, 진짜 죽이더라.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고. 나 한 번 놀러 가도 되지?” 한참 소식이 뜸했던 것 치고는 지나치게 허물없는, 심지어 흥분하기까지 한 친구의 목소리가 어찌나 생경하던지. 그에 말문이 막혀 수화기만 멀뚱히 들고 있는 나를, 그는 다시 한 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소란스럽게 흔들어 깨웠다. “그러고 보니 니 얼굴을 어제 본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봐. 너도 지리산 학교 다니지? 푸하하!” 모든 도(道)는 ‘내비도’로 통한다 함양에 오면서 텔레비전을 처분한 나는 처음엔 친구의 말을 당..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① 어젯밤 눈송이처럼 소리도 없이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소매 긴 옷을 겹쳐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다. 잔뜩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가을 아침.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나는 뒷집 아주머니가 주신 쪽파 구근을 일찍 심기로 하고 밖으로 나간다. 대문을 열자 물기 가득한 흙냄새가 밀려온다. 이런 냄새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냄새라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빈자리가 커 보이는 아침 바람 스산해지고 사물 사이 여백이 많아지는 가을엔,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자야 쪽파 심을 곳을 정하기 위해 텃밭을 휘휘 둘러보니 어느새 듬성해진 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