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34)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글 쓸) 시간이 없고, (글 쓸)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신비를) 살 줄을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10) 과연 그럴까? 나는 조르바 식의 이분법에 동의할 수 없다. 인생의 신비를 살 줄 몰라서 글 쓸 시간이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삶 자체가 나를 글의 세계로 인도한 것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글쓰기는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일기 쓰는 행복한 습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은 일기를 쓰면서였다.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년 동안..
택배 아저씨는 내게 작은 소포꾸러미를 안겨주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찌그러진 종이상자에는 박스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다. ‘도대체 누가 보낸 걸까?’하며 살펴보니, 이제는 완전히 시골사람이 다 된 대학선배가 보낸 것이었다. 겨우 테이프를 떼어내고 상자를 여는 순간, 편지와 함께, 곶감 한 봉지와 책 한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렇게 손수 쓴 편지를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게다가 곶감은 선배가 손수 말려 만든 것이라니, 정말 감동적이다. 곶감을 앞에 놓고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이 훈훈해져 왔다. 시간을 들이기보다 돈을 들여서 언젠가부터 손으로 직접 편지쓰기를 멈추었다. 아마도, 인터넷 없이 사는 일본인 친구 편지에 답장 쓸 기회를 놓쳐버린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또 더 이상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