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과 고양이 똥의 경계 무기질과 유기질 사이 가을이 깊다고 해야 할지 겨울이 왔다고 해야 할지. 화려하던 낙엽이 땅에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이어진 늦가을 비에 푹 젖었다. 이제 흙으로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늦가을엔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무는가 하여 뭔가 뭉클하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올해는 추위가 늦어 더 그런 것 같다. (남반구에 살면 연말이 가까울 때에 여름휴가를 준비하니까 이런 종말론적 느낌은 안들 텐데.) 삼 년 전 나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길고양이 새끼 세 마리를 떠안았다. 어미는 간 데 없고 날마다 삐약거리는 것들이 안쓰러워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 잘못이면 잘못이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이란다. 그 긴 세월 밥 줄 생각에 아찔하여 어미를 여러 날 더 기다려봤다..
내 나이가 어때서? 와인이 숙성된다는 것 지난 글에서 와인이 동굴 안에서 숙성되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와인이 숙성된다는 건 어떻게 된다는 말일까? 김치가 익고 장이 익듯, 와인도 익는다. 시간이 지나면 변화를 거친다. 레드와인은 검붉은 빛이 벽돌색으로 옅어지고, 화이트와인은 볏짚색으로부터 점점 진해져 꿀색을 담게 된다. 신맛의 날카로움이 덜 사나워지고, 까칠 탄닌도 둥글둥글 부드러워지고, 단순한 과일이었던 맛과 향기도 복잡미묘하게 여러 층을 지니게 된다. ▲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스털링 빈야드(Sterling Vineyards) © 여라 과일이 지닌 신선한 맛과 향을 그대로 지키고 싶으면 와인메이커는 발효를 마친 와인을 스테인레스통에 담지만,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장독처럼 숨쉬는 오크통에 와인을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