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 해고야!”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4번째 해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내 걱정거리는 얇은 양말이었다. 발 시리겠는데. 광화문역을 나와 희뿌연 풍경을 보았을 때도 여전히 신발 걱정. 신발에 눈 들어가면 안 되는데.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다. 나리는 눈발 사이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은 몇 해째 매주 수요일마다 선전전을 하고 있다. 다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어 누가 누군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저 자리가 원래 어둑하긴 하다. 눈에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쪽에서 나를 알아보고 ‘까아~’ 소리 내어 웃는다. 웃음소리로 보아 시그네틱스 노조(분회) 분회장이다. 평소 말끝에..
노동자의 ‘다른 이미지’, ‘새로운 서사’를 쓴다는 것 기록노동자 희정 인터뷰 기자단은 7월,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진행하는 “페미니스트, 노동을 말하다” 기획을 통해 만났다. 각자의 위치와 상황 속에서 ‘일’하며 보고 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서 ‘노동’을 이야기할 때 배제되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삭제되는 관점이 무엇인지 묻고 논의했다. 그리고 우리의 문제의식을 함께 풀어낼 수 있는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기록했다. “일-돌봄-연대에 관한 청년여성들의 질문”은 그렇게 탄생한 여덟 편의 기사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페미니스트, 노동을 말하다” 기자단] 기록노동자 희정 님의 페이스북 이미지 SNS에서 스치듯 본 사진에 눈길이 머물렀던 것은 어딘지 익숙한 장면이기 때문이었다. 이내 떠올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