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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잔혹 행위인 이유
필자 최현정님은 임상심리전문가로, 성매매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피해와 후유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조용한 마음의 혁명: 심리학으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의 저자이며, 역서로는 <트라우마: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고문폭력 생존자 심리치료>, <성격장애 로샤평가> 등이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성매매 여성이 처해있는 체계적인 착취구조
인간이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극도의 잔학 행위에 전쟁, 고문, 범죄가 있다면 또한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것이 있다. 성매매. 성매매의 산업화된 구조 속에서 드러난 죽음은 물론이고, 드러나지 조차 않은 죽음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흔히들 ‘성매매’하면 섹스와 욕망을 생각한다. 그러나 매매된 섹스는 더 이상 욕망이 아니다. 폭력일 뿐이다. 성매매 여성이 처해있는 환경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착취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다. 때문에 이 안에 속박된 여성이 스스로 바깥으로 걸어 나오기를 팔짱끼고 기다리는 일이란 무책임하다.
성매매가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실제로 폭력이 발생할 뿐 아니라, 폭력이나 죽음에 대한 위협도 빈번히 일어난다. 자신의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이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일수록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극대화된다. 더하여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에 대한 위협은, 자신에 대한 위협만큼이나 효과적이다. 이는 자기 삶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공포와, 업주에 대한 의존, 자율성의 포기를 불러일으킨다.
자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매우 높다. 타인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우리는 자살의 원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도를 접한 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마치 이를 통해 그가 자살한 모든 이유를 해명 받았다는 듯이. 하지만 그에게 우울증이 있었다는 점은 그가 자살을 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자살의 원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는 결국 고통의 극단에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개인을 병리화하는 생각에 그치고 만다.
자살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의 개인사, 그를 둘러싼 맥락과 환경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남은 자들이 그의 생을 이해할 수 있고, 그의 상실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자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성매매 여성을 고통의 극단으로 내모는 성착취 구조와 그와 연관된 심리적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발적인 성판매자를 양산’하기 위한 속박과 통제
성매매 여성이 처해있는 성착취 구조의 환경은 만성적인 심리적 후유증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된다. ‘속박’과 ‘강압적 통제’가 일어나는 환경이 성착취 구조의 특징이다. 업주와 성구매자의 최종 목표는 '자발적인 성판매자를 양산'하는데 있으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바로 속박과 강압적 통제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성착취 구조는 이를 통해 성매매 여성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지배한다.
속박 환경(Herman, 1997)의 핵심은 개인의 자율성과 심리적 역량을 파괴하고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절단 내는데 있다.
사람이 섭식, 수면, 생리현상 등 신체기능에 대해 통제를 받게 되면, 신체 쇠약이 야기될 뿐만 아니라 외모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신체적 자율성을 박탈당하면서 수치심, 모욕감, 비인간화된 느낌, 성적 위협을 일으킨다. 또 성매매 환경에서 일반적이 된 ‘비상식적인 경제적 착취 구조’는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이 없다는 압박감과 무력감을 일으킨다.
업주 등으로부터 가해와 관대함이 교차하면서 제공되는 환경도 여성들의 심리적 저항을 훼손한다. 음식, 목욕, 안심시키는 말. 마약이나 술을 권하는 것. 일시적인 호의나 관대함은 박탈이나 공포 보다 더 위협적이다. 특히 애착을 충족받지 못한 여성에게 가해자의 간헐적 관대함은 외상성 애착관계 형성을 유발시키는 기제이다. 또한 더 이상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경험은 이어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의 정보나 물품 지원, 정서적 지지 등의 어떠한 자원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가까운 이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간질, 바깥 세계와 소통할 수 없게 단절시킴, 신뢰로운 타인에 대한 내적 심상의 파괴. 이는 속박환경으로부터 벗어나는데 가장 중요한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철저히 차단시키며 탈출을 불가능하게 한다.
스스로 세운 도덕적 원칙들을 파괴하게 하거나, 근본적 인간의 애착을 배신하게 하도록 강요하거나, 여성을 범죄화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로 속박환경의 극단을 이룬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은 힘의 회복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여성들끼리의 경제적 관계의 얽힘에서 드러난 개인의 구체적 체험들, 사회가 비난하는 이들 여성에 대한 낙인찍힌 정체성의 문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처럼 성매매 여성이 경험하는 속박과 강압적 통제는 정치적 박해로 인한 고문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잔혹행위와도 일치한다.
폭력의 본질을 간과한, 여성에 대한 낙인과 편견
성매매 여성들이 참여한 연구에서, 이들에게 폭력 경험이 지속적으로 재경험되고 회피 경험, 심리적 마비,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고통, 대인관계 문제, 정체성의 혼돈, 정서조절의 문제 등 심각한 후유증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더하여 이들이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아동기의 폭력 경험에 더하여 성매매 경험은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성착취 구조와 그로 인한 피해여성의 심리적 고통에 더하여,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의 낙인과 편견은 여성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성매매 여성이 호소하는 가장 큰 두려움들 중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볼까봐’가 포함된다. 여기서 ‘자신’은 매매된 자신보다는 매매한 자신이다. ‘매매된’과 ‘매매한’ 사이에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편견, 성매매의 섹스가 욕망이라는 오래된 거짓말이 깃들여 있다.
성매매 여성과 자기 자신은 마치 다른 종류의 인간인 마냥 분리하는 우리 사회의 불안 섞인 생각의 오류, 성매매 여성의 성에 관한 환상, 성착취 구조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는 여성의 고립을 악화시킨다. 이는 타인의 인권에 대한 무지함과 연장선상에 있다.
성매매 구조를 지속시킬 것인가?
극단의 상황 속에서 만성적인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이 외부의 지원이 없을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이란 그리 많지 않다. 살아남고자 분투하거나, 더 이상 살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생존해내리라는 분투 속에서 여성은 물질 남용, 해리 경험, 자해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업주의 가해를 인식하더라도 업주의 신념을 받아들이거나 업주에게 의지할 수도 있다.
이것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이며 당연한 결과이다. 그가 탈성매매 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성매매여성이 겪는 복합성외상증후군은 위협적인 환경이 제거된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현재 진행형의 정서적 고통을 야기하면서 피해자를 고립시킨다.
현재진행형의 정서적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피해 경험이 반복되는 현상은 당사자 개인의 속성이 아니라 폭력의 본질에 해당된다. 피해자 내면에 고통의 굴레를 내재화시키는 것이 곧 폭력의 본질이다. 이것을 직시해야 한다. 폭력의 본질에 대한 무지와 인권에 대해 몰지각함은 성매매 구조를 지속시킬 것이다.
의도적인 속박 환경에서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폭력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믿음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여성이 자율성과 내적 힘을 회복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폭력의 본질에서 우리 모두를 탈출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는 것은 결국 폭력의 본질에 함몰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들은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정말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 그것밖에 없었는가? 이 물음에 답할 책임은 여성들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 고통의 사회적 속성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는 지속적인 노력만이 외로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첫째 성매매 구조를 실질적으로 범죄화할 수 있는 것, 둘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성들의 비범죄화, 셋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위기 지원책과 지속적인 심리적 지원, 그리고 넷째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최현정) <일다> 즐겨찾기
필자 최현정의 책 <조용한 마음의 혁명: 심리학으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
필자 최현정님은 임상심리전문가로, 성매매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피해와 후유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조용한 마음의 혁명: 심리학으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의 저자이며, 역서로는 <트라우마: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고문폭력 생존자 심리치료>, <성격장애 로샤평가> 등이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성매매 여성이 처해있는 체계적인 착취구조
▲성산업 착취구조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위한 추모제 (2010년 7월 25일)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인간이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극도의 잔학 행위에 전쟁, 고문, 범죄가 있다면 또한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것이 있다. 성매매. 성매매의 산업화된 구조 속에서 드러난 죽음은 물론이고, 드러나지 조차 않은 죽음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흔히들 ‘성매매’하면 섹스와 욕망을 생각한다. 그러나 매매된 섹스는 더 이상 욕망이 아니다. 폭력일 뿐이다. 성매매 여성이 처해있는 환경은 대단히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착취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다. 때문에 이 안에 속박된 여성이 스스로 바깥으로 걸어 나오기를 팔짱끼고 기다리는 일이란 무책임하다.
성매매가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실제로 폭력이 발생할 뿐 아니라, 폭력이나 죽음에 대한 위협도 빈번히 일어난다. 자신의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이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일수록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극대화된다. 더하여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에 대한 위협은, 자신에 대한 위협만큼이나 효과적이다. 이는 자기 삶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공포와, 업주에 대한 의존, 자율성의 포기를 불러일으킨다.
자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매우 높다. 타인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우리는 자살의 원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도를 접한 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마치 이를 통해 그가 자살한 모든 이유를 해명 받았다는 듯이. 하지만 그에게 우울증이 있었다는 점은 그가 자살을 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자살의 원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는 결국 고통의 극단에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개인을 병리화하는 생각에 그치고 만다.
자살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의 개인사, 그를 둘러싼 맥락과 환경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남은 자들이 그의 생을 이해할 수 있고, 그의 상실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자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성매매 여성을 고통의 극단으로 내모는 성착취 구조와 그와 연관된 심리적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발적인 성판매자를 양산’하기 위한 속박과 통제
성매매 여성이 처해있는 성착취 구조의 환경은 만성적인 심리적 후유증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된다. ‘속박’과 ‘강압적 통제’가 일어나는 환경이 성착취 구조의 특징이다. 업주와 성구매자의 최종 목표는 '자발적인 성판매자를 양산'하는데 있으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바로 속박과 강압적 통제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성착취 구조는 이를 통해 성매매 여성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지배한다.
속박 환경(Herman, 1997)의 핵심은 개인의 자율성과 심리적 역량을 파괴하고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절단 내는데 있다.
사람이 섭식, 수면, 생리현상 등 신체기능에 대해 통제를 받게 되면, 신체 쇠약이 야기될 뿐만 아니라 외모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신체적 자율성을 박탈당하면서 수치심, 모욕감, 비인간화된 느낌, 성적 위협을 일으킨다. 또 성매매 환경에서 일반적이 된 ‘비상식적인 경제적 착취 구조’는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이 없다는 압박감과 무력감을 일으킨다.
업주 등으로부터 가해와 관대함이 교차하면서 제공되는 환경도 여성들의 심리적 저항을 훼손한다. 음식, 목욕, 안심시키는 말. 마약이나 술을 권하는 것. 일시적인 호의나 관대함은 박탈이나 공포 보다 더 위협적이다. 특히 애착을 충족받지 못한 여성에게 가해자의 간헐적 관대함은 외상성 애착관계 형성을 유발시키는 기제이다. 또한 더 이상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경험은 이어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의 정보나 물품 지원, 정서적 지지 등의 어떠한 자원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가까운 이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간질, 바깥 세계와 소통할 수 없게 단절시킴, 신뢰로운 타인에 대한 내적 심상의 파괴. 이는 속박환경으로부터 벗어나는데 가장 중요한 타인과의 연결고리를 철저히 차단시키며 탈출을 불가능하게 한다.
스스로 세운 도덕적 원칙들을 파괴하게 하거나, 근본적 인간의 애착을 배신하게 하도록 강요하거나, 여성을 범죄화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로 속박환경의 극단을 이룬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은 힘의 회복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여성들끼리의 경제적 관계의 얽힘에서 드러난 개인의 구체적 체험들, 사회가 비난하는 이들 여성에 대한 낙인찍힌 정체성의 문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처럼 성매매 여성이 경험하는 속박과 강압적 통제는 정치적 박해로 인한 고문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잔혹행위와도 일치한다.
폭력의 본질을 간과한, 여성에 대한 낙인과 편견
성매매 여성들이 참여한 연구에서, 이들에게 폭력 경험이 지속적으로 재경험되고 회피 경험, 심리적 마비,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고통, 대인관계 문제, 정체성의 혼돈, 정서조절의 문제 등 심각한 후유증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더하여 이들이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아동기의 폭력 경험에 더하여 성매매 경험은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성착취 구조와 그로 인한 피해여성의 심리적 고통에 더하여,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의 낙인과 편견은 여성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성매매 여성이 호소하는 가장 큰 두려움들 중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볼까봐’가 포함된다. 여기서 ‘자신’은 매매된 자신보다는 매매한 자신이다. ‘매매된’과 ‘매매한’ 사이에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편견, 성매매의 섹스가 욕망이라는 오래된 거짓말이 깃들여 있다.
성매매 여성과 자기 자신은 마치 다른 종류의 인간인 마냥 분리하는 우리 사회의 불안 섞인 생각의 오류, 성매매 여성의 성에 관한 환상, 성착취 구조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는 여성의 고립을 악화시킨다. 이는 타인의 인권에 대한 무지함과 연장선상에 있다.
성매매 구조를 지속시킬 것인가?
극단의 상황 속에서 만성적인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이 외부의 지원이 없을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이란 그리 많지 않다. 살아남고자 분투하거나, 더 이상 살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생존해내리라는 분투 속에서 여성은 물질 남용, 해리 경험, 자해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업주의 가해를 인식하더라도 업주의 신념을 받아들이거나 업주에게 의지할 수도 있다.
이것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이며 당연한 결과이다. 그가 탈성매매 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성매매여성이 겪는 복합성외상증후군은 위협적인 환경이 제거된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현재 진행형의 정서적 고통을 야기하면서 피해자를 고립시킨다.
현재진행형의 정서적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피해 경험이 반복되는 현상은 당사자 개인의 속성이 아니라 폭력의 본질에 해당된다. 피해자 내면에 고통의 굴레를 내재화시키는 것이 곧 폭력의 본질이다. 이것을 직시해야 한다. 폭력의 본질에 대한 무지와 인권에 대해 몰지각함은 성매매 구조를 지속시킬 것이다.
의도적인 속박 환경에서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폭력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믿음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여성이 자율성과 내적 힘을 회복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폭력의 본질에서 우리 모두를 탈출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는 것은 결국 폭력의 본질에 함몰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들은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정말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 그것밖에 없었는가? 이 물음에 답할 책임은 여성들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 고통의 사회적 속성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는 지속적인 노력만이 외로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첫째 성매매 구조를 실질적으로 범죄화할 수 있는 것, 둘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성들의 비범죄화, 셋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위기 지원책과 지속적인 심리적 지원, 그리고 넷째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최현정) <일다> 즐겨찾기
필자 최현정의 책 <조용한 마음의 혁명: 심리학으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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