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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폐쇄됐지만…前 인화원 직원들 근무하는 시설로 옮겨져
※ 필자 효정님은 시설거주 장애인들의 탈시설-자립을 지원하는 인권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활동가이며, 인화원 거주인들의 임시전원 과정에 민간조사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 영화 속에서 "무진 자애학원"으로 표현된 인화원(사회복지법인 우석재단) © 도가니
도가니의 바람이 멈췄다. 모든 것은 과거의 일, 도가니도 지난 저 여름의 사건 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나 영화 <도가니> 속, 자애원이라 표현됐던 실제 광주의 인화원의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도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그이들의 삶을 조금 틀어놓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로 말이다.
영화 <도가니>의 열기는 십 수 년 동안 지겹게 반복되었던 인화원 내 시설문제를 일단락 시켰다. 지난 10월 말 광주시와 광산구청은 인화원(사회복지법인 우석재단)을 폐쇄시켰고, 시설 폐쇄와 함께 인화원 내 거주인들은 인근의 그룹홈과 시설로 임시보호조치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참여했던 민간조사단들이 임시보호 된 그룹홈과 시설에 들렀다 온 것이 임시전원 1개월 후인 지난 12월이다.
임시전원 된 시설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확인되었지만, 광주시와 광산구청의 임시보호기간과 서비스수립 기간을 대략 6개월 정도로 예상했기에 우리는 대응하는데 늦장을 부렸다. 그러던 중 광산구가 타 시설로 전원 된 전 인화원거주인에 대한 보호계획을 현 임시전원 형태에서 마무리 하겠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게을리 뛰던 우리들의 심장이 멈췄고, 전 인화원 사람들의 삶도 멈추는 듯 했다.
‘원하는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약속이 거짓말되다니…
전 인화원 거주인들은 세 개의 시설로 흩어졌다. 한 곳은 남성 그룹홈, 나머지 두 시설 중 한 시설은 노인요양시설을 장애인시설로 전환한 남성시설, 다른 한 곳은 막 문을 연 여성시설이었다. 지난 12월 다녀 온 임시보호중인 세 곳 시설의 서비스 내용과 질은 각각 심각한 차이를 나타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룹홈을 제외한 두 시설에 각각 인화원 전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집단적으로 거주인들이 한 시설에 밀집하게 됨으로써 인화원에서 만들어진 직원-거주인, 거주인-거주인간의 권력관계가 현 시설에서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화원 거주인 44명 중 두 시설로 임시전원된 이들은 36명이나 되었다.
민간조사원들은 광주시와 광산구청에서 전 인화원 거주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사회복지서비스욕구조사에 참여했다. 조사원들은 그림설문 등을 동원해 공무원들과 함께 “어떤 환경에서 어떤 복지서비스를 받고 싶은가?”라고 질문하고 욕구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거주인들은 인화원 내에서 억압되고 차단된 자극들에 익숙했던 데다, 조사 직전에는 시설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았던지라 공무원과 민간조사단을 의심했고, 그룹홈이나 자립에 대한 형태나 의미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 그들은 직접 그룹홈을 방문하고, 전 인화원에서 살다가 그룹홈에서 살아가고 있는 벗을 본 후에야 대부분 의심을 거두고 안정된 눈빛을 되찾았다.
시설폐쇄 사실을 거주인에게 알리고 타 시설로 삶터를 옮기는 임시전원과정에서 대다수의 거주인들은 다시 불안하고 두려운 눈빛을 보였다. 이미 인화원으로부터 “조사원들을 따라가면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것이다.”라고 교육받은 이들에게 눈으로 확인되지 않은 곳으로의 이동은 두려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것은 임시전원”이고, 곧 “당신이 원하는 모습의 집(그룹홈 등)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독였건만, 결국 그룹홈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시설로 이동한 전 인화원 거주인들에게 우리 조사원들은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비록 인화원에 비해 상대적 만족도는 상당히 올라간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더 이상 어쩌란 말인가’ 시설 폐쇄 후 손놓은 지자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비롯한 총 36개 단체로 구성되어있는 ‘도가니대책위’(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17일, 광주시와 광산구청, 그리고 북구청에 각각 질의서를 발송했다. 임시보호가 진행 중인 세 개 시설과 개개인별 사회복지서비스계획 수립에 대한 진행경과 공개가 주요 내용이다.
영화 <도가니>로 인해 인화학교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모아졌고, 여론의 압박에 광주시와 광산구는 법인을 폐쇄 했다. 어찌되었든 한국 최초의 사회복지법인의 폐쇄였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으나 광주시와 광산구는 다행히도 높은 해결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폐쇄 이후 각 지자체는 나아갈 방향을 못 찾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신청의 절차를 직권으로서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잘 살고 있는 시설 내 거주인 집단, 노력하고 있는 시설, 과업에 시달리는 공무원의 처지를 들이밀며 “더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앓는 소리가 먼저 나오고 있다.
전 인화원거주장애인들은 거처를 옮기기는 했다. 그러나 시설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장애인에게 조차 기저귀 사용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질적으로 열악하다. 또한 시설거주인의 생활을 지원할 사회적 지원기반은 허술하다. 더구나 인화원에서 오랜 시간동안 살면서 경험과 소통, 교육, 관계망이 단절되었던 탓에 이들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행정청마저 어찌할 줄 모르는데, 당사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 변화의 한걸음이 너무 어렵다. (효정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인터넷 저널 <일다> 바로가기
※ 필자 효정님은 시설거주 장애인들의 탈시설-자립을 지원하는 인권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활동가이며, 인화원 거주인들의 임시전원 과정에 민간조사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 영화 속에서 "무진 자애학원"으로 표현된 인화원(사회복지법인 우석재단) © 도가니
도가니의 바람이 멈췄다. 모든 것은 과거의 일, 도가니도 지난 저 여름의 사건 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나 영화 <도가니> 속, 자애원이라 표현됐던 실제 광주의 인화원의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도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그이들의 삶을 조금 틀어놓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로 말이다.
영화 <도가니>의 열기는 십 수 년 동안 지겹게 반복되었던 인화원 내 시설문제를 일단락 시켰다. 지난 10월 말 광주시와 광산구청은 인화원(사회복지법인 우석재단)을 폐쇄시켰고, 시설 폐쇄와 함께 인화원 내 거주인들은 인근의 그룹홈과 시설로 임시보호조치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참여했던 민간조사단들이 임시보호 된 그룹홈과 시설에 들렀다 온 것이 임시전원 1개월 후인 지난 12월이다.
임시전원 된 시설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확인되었지만, 광주시와 광산구청의 임시보호기간과 서비스수립 기간을 대략 6개월 정도로 예상했기에 우리는 대응하는데 늦장을 부렸다. 그러던 중 광산구가 타 시설로 전원 된 전 인화원거주인에 대한 보호계획을 현 임시전원 형태에서 마무리 하겠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게을리 뛰던 우리들의 심장이 멈췄고, 전 인화원 사람들의 삶도 멈추는 듯 했다.
‘원하는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약속이 거짓말되다니…
전 인화원 거주인들은 세 개의 시설로 흩어졌다. 한 곳은 남성 그룹홈, 나머지 두 시설 중 한 시설은 노인요양시설을 장애인시설로 전환한 남성시설, 다른 한 곳은 막 문을 연 여성시설이었다. 지난 12월 다녀 온 임시보호중인 세 곳 시설의 서비스 내용과 질은 각각 심각한 차이를 나타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룹홈을 제외한 두 시설에 각각 인화원 전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집단적으로 거주인들이 한 시설에 밀집하게 됨으로써 인화원에서 만들어진 직원-거주인, 거주인-거주인간의 권력관계가 현 시설에서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화원 거주인 44명 중 두 시설로 임시전원된 이들은 36명이나 되었다.
민간조사원들은 광주시와 광산구청에서 전 인화원 거주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사회복지서비스욕구조사에 참여했다. 조사원들은 그림설문 등을 동원해 공무원들과 함께 “어떤 환경에서 어떤 복지서비스를 받고 싶은가?”라고 질문하고 욕구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거주인들은 인화원 내에서 억압되고 차단된 자극들에 익숙했던 데다, 조사 직전에는 시설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았던지라 공무원과 민간조사단을 의심했고, 그룹홈이나 자립에 대한 형태나 의미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 그들은 직접 그룹홈을 방문하고, 전 인화원에서 살다가 그룹홈에서 살아가고 있는 벗을 본 후에야 대부분 의심을 거두고 안정된 눈빛을 되찾았다.
시설폐쇄 사실을 거주인에게 알리고 타 시설로 삶터를 옮기는 임시전원과정에서 대다수의 거주인들은 다시 불안하고 두려운 눈빛을 보였다. 이미 인화원으로부터 “조사원들을 따라가면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것이다.”라고 교육받은 이들에게 눈으로 확인되지 않은 곳으로의 이동은 두려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것은 임시전원”이고, 곧 “당신이 원하는 모습의 집(그룹홈 등)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독였건만, 결국 그룹홈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시설로 이동한 전 인화원 거주인들에게 우리 조사원들은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비록 인화원에 비해 상대적 만족도는 상당히 올라간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더 이상 어쩌란 말인가’ 시설 폐쇄 후 손놓은 지자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비롯한 총 36개 단체로 구성되어있는 ‘도가니대책위’(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17일, 광주시와 광산구청, 그리고 북구청에 각각 질의서를 발송했다. 임시보호가 진행 중인 세 개 시설과 개개인별 사회복지서비스계획 수립에 대한 진행경과 공개가 주요 내용이다.
영화 <도가니>로 인해 인화학교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모아졌고, 여론의 압박에 광주시와 광산구는 법인을 폐쇄 했다. 어찌되었든 한국 최초의 사회복지법인의 폐쇄였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으나 광주시와 광산구는 다행히도 높은 해결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폐쇄 이후 각 지자체는 나아갈 방향을 못 찾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신청의 절차를 직권으로서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잘 살고 있는 시설 내 거주인 집단, 노력하고 있는 시설, 과업에 시달리는 공무원의 처지를 들이밀며 “더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앓는 소리가 먼저 나오고 있다.
전 인화원거주장애인들은 거처를 옮기기는 했다. 그러나 시설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장애인에게 조차 기저귀 사용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질적으로 열악하다. 또한 시설거주인의 생활을 지원할 사회적 지원기반은 허술하다. 더구나 인화원에서 오랜 시간동안 살면서 경험과 소통, 교육, 관계망이 단절되었던 탓에 이들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행정청마저 어찌할 줄 모르는데, 당사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 변화의 한걸음이 너무 어렵다. (효정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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