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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11. 뛰다의 신작 <미아 탱이>
※ 뛰다는 2001년 ‘열린 연극’, ‘자연친화적인 연극’, ‘움직이는 연극’을 표방하며 창단한 극단입니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20여 명 단원들이 폐교를 재활 공사하여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짓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외로운 아홉 살 탱이가 모험을 떠났어요!
이번 주말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뛰다의 신작 <미아 탱이>의 시연회가 있다. 올해 초부터 두 달간 진행된 창작 과정을 마무리 하면서 내부적으로 작품에 대한 점검을 하는 것이다. <미아 탱이>는 5월 송파에서 극장공연을 시작으로 화천지역 순회공연에 나서게 된다. 마치 임신한 아내와 함께 초음파 사진을 보러 가는 듯한 기분이다.
‘탱이’는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다. 씩씩하게 “안녕하세요, 저는 공태인입니다. 아홉 살 이구요, 2학년입니다. 친구들은 저를 곰탱이라고 불러요”라고 인사할 줄 아는 아이지만, 낯선 곳에 이사 와서 아직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이다. 탱이가 어느 날 학교에서 늦게 집에 가게 되고, 혼자 외롭게 집에 가다가 고양이를 만난다. 이 고양이에게 ‘미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직 낯선 이 동네에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미아 탱이>의 시작: 이야기의 씨앗을 찾고 밑거름 주기
▲ 인형의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연습과정. 인형에 몰입해 있는 배우들. © 뛰다
뛰다의 반쪽이 인도에 가 있는 한 달 동안 나머지 반쪽은 화천에 남아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내며 작품 창작에 매진했다. 처음 화천에 와서 공연을 만든다 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리 저리 고민했었지만, 딱히 ‘이거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생각을 바꾸어 ‘내가 화천에 내려와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무엇이 날 어렵게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팀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공연이 우리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탱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내가 화천에 이주해 와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낯설음”으로 귀결되었다.
이야기는 곧 ‘이방인’의 입장으로 일반화되었으며, 공연 대상인 초등학생에겐 전학생이라는 상황으로 구체화 되었다. 모두들 자신이 전학 했을 때의 경험과, 친구 사귀기에 대해 보석 같은 경험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탱이팀은 화천 답사를 계획했고, 눈 때문에 몇 번 무산된 끝에 ‘눈이 오더라도 가자!’ 외치며 눈 쌓인 용화산으로 떠났다. 하지만 내가 보여주고자 했던 용화산 정상의 큰바위얼굴은 보지 못하고, 용암초등학교, 노동분교, 풍산초등학교 등을 돌며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돌아오는 길, 딴산 얼음폭포에서 끊임없이 빙벽을 오르내리시는 한 분을 볼 수 있었고, 이 모습과 노동분교에서 만난 철새 떼의 비행, 그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버스 정류장은 장면의 씨앗이 되었다.
탱이의 Hot-seat, 이야기 구성을 위한 논의들, 인터뷰, 등등 이야기꺼리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그런 와중에 연습용 탱이 인형이 만들어지면서 인형을 잡고 움직임을 시작했다. 인형의 움직임 자체에 대한 탐구, 그 움직임에 또 무엇을 얹을 수 있을지 탐구. 음악과도 만나보고, 감정과도 만나보고, 짤막한 여정을 짜서 움직임의 연속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인형과 조종자 셋이 만나기도, 둘이, 혼자 만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움직임의 형식들은 각 장면의 씨앗의 밑거름이 되었다.
주인공에게 입체적 옷을 입혀준 한 아이와의 만남
▲ 장면 이미지를 찾기 위해 연습실에 있는 천과 테이블등을 이용하여 임시로 극중 공간을 만들어 연습하고 있다. ©뛰다
어느새 1월이 끝나가고, 이젠 전체 이야기를 꾸려나가야 할 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방인으로서 낯설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움을 즐기자.’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이것은 아직 공연 전체의 ‘마스터 키’가 되지 못했다. ‘모험을 떠나 친구 사귀는 이야기’로 다시 간단하게 정리를 했지만, 방금 붙은 불에 새 장작 집어넣은 듯,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어중간한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 무렵. 한 아이가 찾아왔다.
화천 지역에 거주하는 군인가족의 아이, 2학년, 8년간 8번이나 이사를 다니다. 이 아이는 참 사교성이 좋고, 별 문제 없이 자라는 듯 했으나, 자신이 집에 초대한 아이 앞에서 엄마에게 “이 친구는 그냥 중간정도 친한 아이.”라고 말하다. 엄마는 아이가 친구들을 만나는데 마음의 벽을 쌓고, 어느 이상 친해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다. 또 다시 친구들과 헤어지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이 아이를 통해 우리는 부끄럽고, 수줍고, 소극적이기만 했던 탱이에게 입체적 인물의 옷을 입힐 수 있었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서 ‘어떻게 이 아이를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각 장면의 줄기를 잡아갈 수 있었다. 지난 시간 정리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재료들이 배우들의 즉흥을 통해 하나씩 재조합되어 가면서 우리 ‘탱이’ 이야기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2월이 되고, 인도와 일본의 반쪽들이 돌아오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마을 분들과 함께 대보름 행사도 하고, 공연용 인형도 새로 만들고, 계속되는 장면 연습과 함께 뛰다의 일상이 흘러가고. 늘 그렇듯 2월은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언제나 공연이 임박해 오면 한 주 만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심지어 두 달이라는 시간을 펑펑 쓰며 지나온 이번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한 주 동안 ‘미아 탱이’는 어떻게 성장해 있을지.
김혜성 /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까페 cafe.naver.com/tu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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