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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를 위한 공간 ‘트랜스로드맵’
성별 변경, 의료조치 등 정보가 ‘인권’과 만나다 
 
[트랜스젠더를 위한 정보.인권 사이트 <트랜스로드맵>이 개통되어 이를 소개합니다. 트랜스젠더와 가족, 친구, 지지자들 그리고 관계 공무원과 기관.단체에 트랜스젠더에 관한 정보와 인권에 대한 길잡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성적다양성을 위한 성소수자모임 多씨’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이 공동 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 참여한 필자 나영정님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입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트랜스젠더를 위한 인권 정보가 부재한 한국사회
 
트랜스로드맵(transroadmap.net)이라는 온라인 공간이 6월 1일 마련되었다. 트랜스젠더를 위해 온라인에 많은 정보가 유통되고 있지만, 좀더 ‘인권’ 관련한 내용이 그 정보들과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제작된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를 통해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길 바라는 기대도 담고 있다.
 
한국에는 트랜스젠더 상담을 전담하는 단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성소수자 단체들이 ‘성별 변경’ 등에 대한 상담전화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하는 사람을 위한 정보 길잡이가 있어야겠다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     트랜스젠더를 위한 정보.인권 사이트 <트랜스로드맵> 메인 화면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은 2006년 발족하여 2010년 해산한 ‘트랜스젠더 인권활동단체 지렁이’(이하 지렁이)의 활동과, 2006년부터 시작된 ‘성전환자 성별 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의 입법운동을 꼽을 수 있다. 법 제정을 운동의 일환으로 최초의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에 나온 성적소수문화환경 연분홍치마의 다큐멘터리 <3×FTM>(2008)에서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지렁이’의 활동 중단 이후 인권운동을 해나갈 만한 진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이슈가 성소수자 운동단체들의 활동 속에 중요한 의제이긴 했으나 연속성을 가지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부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통칭) 청소년과 활동가를 위한 기금 <비온 뒤 무지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기회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위한 기초적인 자료부터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정보인권 안내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다양성을 위한 성소수자모임 다씨’(cafe.daum.net/enter1414)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hopeandlaw.org)에 공동사업을 제안하여, <비온 뒤 무지개> 프로젝트에 기금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구성원들도 필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성별 변경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온라인 공간에는 트랜스젠더를 위한 까페, 블로그 등이 여럿 존재한다. 대부분 성별 변경이나 의료적 조치(호르몬, 외과수술, 성형수술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모임이나 애인을 찾는 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이다 보니 운영자의 상황에 따라 자주 없어졌다 생기기를 반복하고, 실제적인 의료정보에 접근하는 일이 특히 초심자의 경우 까다롭다. 많은 이들이 수술과 성별 변경을 마치면 더 이상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거나 탈퇴해버려서, 수술 경과가 궁금한 이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정보를 유통시켜달라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요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수술과 성별 변경을 마치면 더 이상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혹은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거나, ‘일반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그 이후 삶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트랜스로드맵>에서는 성별 변경과 의료적 조치라는 ‘사건’ 이후에도 연속적인 삶의 과정에서 필요한 인권 보장의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했다.
 
법조항, 의료조치, 인권침해 대응, 해외상황 볼 수 있어
 
이 사이트에서는 크게 7가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 “트랜스젠더?”에서는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인권에 대한 용어 설명을 포함해 한국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놓인 상황을 서술하였다. 예를 들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그 중에서 스스로 신체적인 변화를 원하는 이들이 의료적 조치에 접근하는데, 국가신분체계에서는 성기 성형 등 의료적 조치의 ‘종착점’에 도달해야만 성별 변경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종착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그것이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이런 체계 자체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나의 성별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그것을 재판을 통해 허가 받아야 하며 심지어 시술 행위를 전제 조건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다. 사이트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환기시키며, 트랜스젠더 관련 모임과 지지자의 목소리를 덧붙였다.
 
△ “성별 변경 정보” 코너는 실제로 성별 변경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서류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고, 가능한 한 링크를 통해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성별 변경 이후에 해결해야 할 군대 문제, 개명 신청, 주민등록증 재발급 등의 과정을 소개했고, 신분증명서류에 성별 변경 사실이 표기되는 사례도 추가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에는 성별변경 사실이 표시되지 않거나 성별 변경 기록만 표기되고 ‘성전환에 따른 변경’이라는 사유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FTM(여성의 신체이지만 성 정체성이 남성인 트랜스젠더)의 경우, 병적 증명서에 제2국민역 편입 사유로 ‘성전환’이 표시되고 있어서 취업 등의 과정에서 곤란함을 겪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 “의료적 조치”에 대한 코너는 현재 의료체계에서 트랜스젠더를 대하고 있는 관점과 의료적 행위의 근거를 정리하고, 간략하게 의료적 조치의 과정과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고려해야 할 점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최근 의료생협 중에는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의료접근성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곳이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하지만 의료적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술 병원에 대한 정보나, 호르몬이나 외과 수술 등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담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하고 있는 시술 방법이 아직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어서, 성공적인 수술이라는 기준도 없을뿐더러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것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트랜스젠더들이 의료 조치를 안전하고 충분하게, 막대한 비용 부담 없이 받을 수 없는 현실을 반증한다. 또한 이 부분이 가장 큰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사례가 계속 들려오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제대로 문제 제기하지 못하고, ‘의료소송’이라는 큰 장벽 앞에서 방법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장 시급하고 절박하게 해결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 “인권침해 대응” 편은 7월 중에 업데이트할 예정인데, 차별이나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비롯해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현행 법체계에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 “해외 상황” 편에서는 해외에서 트랜스젠더 인권 보장을 위해서 실행하고 있는 법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성별 변경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지, 그 과정에서 요구하고 있는 조건들은 무엇인지(의료 진단과 필수적인 의료 조치의 범위, 혼인상태 등)을 소개하였다. 더불어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트랜스젠더 이주민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성별변경을 아예 허가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정보도 포함했다.
 
△ “더 나은 미래로”에서는 트랜스젠더 인권의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했다. 성별 변경, 의료, 교육, 노동, 형사절차, 차별과 폭력, 정보보호와 비밀 유지, 국가 기관과 공공서비스, 사회보장과 복지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나아갈 방향을 망라하였다. 주요하게는 성별 변경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의료적 조치를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인권활동에 관심을 가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위해서 이러한 변화를 위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모임을 조직하고 연대와 지지자를 모으기, 입법운동과 정책입안운동, 국가인권위 진정과 기획소송, 교육과 홍보 등의 방법 등이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오가는 장소로
 
지금은 2차 업데이트를 준비하면서 내용을 보완하고,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중이다. 그 내용을 당사자와 성소수자 활동가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8월말에는 완성된 안을 책자로도 소량 제작해서 주요 기관과 도서관에 보낼 예정이다.
 
<트랜스로드맵>은 가장 최신의, 독특한 정보를 담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러한 정보가 ‘인권’의 맥락에서 놓이기를 바라는 기대가 가장 컸다. 그리고 현재 처한 어려운 현실을 변화시켜나가는 방법이 더 좋은 정보와 전략, 재정적 준비와 노력에만 개개인이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요구를 통해서 사회의 변화를 함께 추동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사이트가 억울함과 답답함, 변화의 욕구를 가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게 하나의 좋은 신호가 되고, 그것을 계기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이야기가 오가는 하나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  (나영정)
 
* 트랜스로드맵 사이트 바로가기 http://transroadmap.net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인터넷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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