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넷째 이야기① 작년 7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연일 많은 비가 쏟아지던 장마철의 어느 날 아침. 가늘고 촘촘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밤사이 빗장을 걸어놓은 대문을 열기 위해 우산도 없이 후다닥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쪽으로 달려갔다. 이른 아침에 대문을 열고 어스름 땅거미가 지는 저녁에 대문을 닫는 건, 뭐랄까. 일상에 특별함을 불어넣는 작은 의식과도 같은 느낌이다. 대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나의 하루가 힘차게 시작되고 정갈하게 갈무리되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할까. 그날도 나는 왠지 모를 설렘에 휘파람까지 날려가며 대문을 활짝 열었고, 바람에 닫히지 말라고 여느 때처럼 나무문짝 아래에 돌을 괴어 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집 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그것이 내 눈에 ..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0) 희수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진우형으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난 진우형을 잊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형이 생각나다니…….’ 씁쓸한 감정이 잠시 마음을 사로잡는다. 졸업 즈음, 노동현장에서 문학운동을 해보겠다고 모인 사람들은 대학생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모두 8명이었던 우리 모임에는 노동자 출신도 있었다. 그가 바로 진우형이다. 당시 그는 30대 초반으로 모임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우리는 모두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진우형은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이다. 그는 공장에서 잔뼈가 굵어, ‘아이롱 기술자’라 불리는 다림질의 전문가가 되었다. 우리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첫 시집을 출간한 직후였다. 진우형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보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