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둘째 이야기② [글쓴이 자야. 프리랜서로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든 지 15년. 함부로 대해 온 몸, 마음, 영혼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요가와 명상을 시작한 지 10년. 명함에 글 쓰고 요가 하는 자야, 라고 써넣 은 지 6년. 도시를 떠나 시골을 떠돌기 시작한 2년 만에 맞춤한 집을 만나 발 딛고 산 지 또한 2년... 그렇게 쌓이고 다져진 오래된 삶 위로, 계속해서 뿌리 내리고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는 ‘지금 여기’의 삶을, 일다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도배를 하다 말고 새댁이 되고 신랑이 된 나와 K는 대충 짐이 정리되는 대로 마을 분들을 모시고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잔금을 치르기 위해 들른 부동산에서 “시골에 이사 오면 당연히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18) 그해 여름, 취업일기② 컴퓨터 프린터의 메인보드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첫날, 난 납땜을 마치고 잘라낸 철사조각들 중, 긴 것을 골라 펜치로 구부리는 일을 했다. 그 일을 며칠 간 한 뒤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조립라인에 앉아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칩들을 보드에 꽂는 일을 했다. 빈 보드가 자동으로 앞에 도착하면 같은 자리에 똑같은 칩을 반복적으로 꽂는 것인데, 어찌나 단순하고 지루한지 이 일을 하면서는 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깜빡깜빡 조는 사이, 조금씩 내 곁에서 멀어지는 보드를 쫓아 처음에는 몸을 일으켜 꽂다가 나중에는 아예 뛰어다니며 칩을 꽂으면, 어느새 벌떡 잠이 깨곤 했다. 경력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은 납땜 기계를 통과한 보드의 납땜을 손질하는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