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그 모든 것의 시작② [글쓴이 자야. 프리랜서로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든 지 15년. 함부로 대해 온 몸, 마음, 영혼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요가와 명상을 시작한 지 10년. 명함에 글 쓰고 요가 하는 자야, 라고 써넣 은 지 6년. 도시를 떠나 시골을 떠돌기 시작한 2년 만에 맞춤한 집을 만나 발 딛고 산 지 또한 2년... 그렇게 쌓이고 다져진 오래된 삶 위로, 계속해서 뿌리 내리고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는 ‘지금 여기’의 삶을, 일다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인연 따라 걸음을 옮기니 ▲ 집 뒷쪽의 산책길 © 자야 그날, 곧 귀촌이 가능할 것처럼 근거 없는 믿음과 낙관으로 충만해 아차산을 내려온 이후에도 내 생활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게으른 요가와 명상 수련. 하루..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6) 그해 여름, 취업일기 대학을 졸업한 해, 취직할 공장을 찾아 그늘 한 점 없는 불볕의 공단 거리를 헤맸던 때는 지금처럼 뜨거운 7월 중순 즈음이었다. 당시는 일이 너무 힘에 부쳐 2주 만에 전등공장의 조립 일을 그만 둔 직후였고, 미적거리다간 용기마저 떨어지겠다 싶어서 서둘러 다른 공장에 취직 하려고 애쓰던 때였다. 그래서 찾은 곳이 당시 ‘도트프린터’의 메인보드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작은 전자회사였다. 그 당시, 대학졸업 사실을 숨기고 공장에 취직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내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주소지와 전화번호, 이런 확실한 신분을 드러내는 서류를 보고 내가 위장취업을 하는 운동권일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