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5) 나는 서울로 외출할 때마다 멋을 부리거나 평소보다 좀 더 외모에 신경을 쓴다. 그것은 몇 달 전 아이의 새엄마를 통해 아이가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했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은 뒤부터였다. 손녀의 대입여부가 궁금하셨던 어머니는 아이의 새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대학에 합격 했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그녀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어요” 하더란다. 이어서 어머니는 어느 대학이냐고 물으셨는데, “찾아올까봐 그건 가르쳐 줄 수 없다”고 그녀가 딱 잘라 말하는 바람에 더 묻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손녀가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흡족해 하셨다. 어머니는 손녀의 새엄마에게 “찾아가긴 누가 찾아가?”라고 말했다고 하셨다. 그..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7) 일에 대한 사색 2 얼마 전, 여고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긴 세월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터라 서로 연락이 닿질 않아 모임에 나온 동창은 나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중 셋은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윤택한 생활을 하는 전업주부이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자기일이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적이지만, 한 친구는 결혼은 했어도 아이가 없고, 나는 결혼뿐만 아니라 육아의 경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동창모임에 나온 우리들 대부분은 직업과 양육의 양자택일 앞에서 결과적으로 반쪽만 챙겼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몸이 아픈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