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잃어가는 것에 대한 사색 얼마 전 빈 화분에 파뿌리를 심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파를 흙에 묻어두고서 필요할 때마다 잘라 쓰시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잘라먹고 1cm정도 남은 밑동을 조심스레 흙에 심으면서도 ‘과연 자라긴 할까?’하고 속으로 의심했었다. 하지만 흙이 마르지 않도록 제 때 물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내 정성을 알아챘는지 새파란 싹이 살며시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영락없는 파의 꼴을 갖춰 잘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파 살 일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흡족하다. 작은 밭을 가꾸는 꿈 도시에 사는 사람,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자기 먹을 거리를 스스로 기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말농장을 이용하거나, 단독주택이라면 정원 한 편에서 야채를 키우거나, 아파..
장애인이 주인공 된 ‘진짜 생일’을 바란다 장애여성단체 활동을 하는 내게 4월은 아마도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봄바람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계절이기에, 평소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이동해야만 하는 장애인들을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한 날씨인 탓이다. 장애인들은 으레 날씨에 민감하기 마련이어서, 비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면 외출을 되도록 자제하므로 모임이 성사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4월은 그렇지가 않아 여러 가지 모임으로 분주해지곤 한다. 게다가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어서 20일부터 한 주일 동안으로 정해진 장애인주간에는 장애 관련 각 단체들의 행사와 모임이 다채롭게 펼쳐지곤 한다. 때문에 단체활동가들이라면 누구라도 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