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으로서 내가 느끼는 명절이란 몇 년 전부터 큰집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집은 명절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다. 거의 모든 준비를 떠맡고 있는 어머니는 벌써부터 흔히 말하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 전부터 친척들에게 보낼 선물을 챙기고, 음식을 챙기고, 전화를 돌리고, 그러다가 친척들의 근황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엔 좀 거리감을 두고 있던 친척들마저 화제에 오른다. 누가 결혼할거라느니, 애인을 데려온다느니, 공부를 잘하느니 못하느니…. 나로서는 부모님들 간의 묘한 경쟁심까지 엿볼 수 있는 이 시기를 무사히 넘겨야겠다는 생각을 할 따름이다. 우리 집은 나라는 존재가 있어 좀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씁쓸하지만 아직도 나이 드신 어른들은 나, 즉 장애여성을 집안의 골치덩이로 ..
앞으로 며칠 후면 설이다. 매해 명절마다 여성들만이 겪는 병이 있다. 이른바 ‘명절증후군’. 아마도 이런 특이한 병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알려져 있듯이 ‘명절증후군’은 명절만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 명절을 전후로 하여 겪어온 스트레스 경험들로 인해, 다양한 스트레스 증상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성 질환의 하나다. 명절이란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 되어야 할 날이건만, 여성들에게만은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귀향 전쟁’으로 겪는 기본적 스트레스 외에 며칠 동안 겪어 내야 할 강도 높은 가사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와, 남성중심적 대가족제도 하에서 이루어지는 제사 준비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를 두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